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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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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110

이별 예감 [이별 예감] 흰머리는 염색을 해도 일주일이 지나면 뿌리가 하얗게 나온다. 우리 정여사는 일주일에 1번씩 염색약을 아주 조금만 섞어서 앞쪽에 난 뿌리만 눈가림을 하셨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나 이제 정수리까지 제법 흰 머리가 우세해지면 딸에게 요청을 한다. 풀 염색을 해 달라고. 풀 염색을 할 때면 A제와 B제를 섞는데 정여사가 섞어주는 그만큼이면 완벽하게 앞에서부터 뒤까지 뿌리부터 바깥까지 희한하게 그 양이 딱 맞았다. 수십년을 염색을 해 온 정여사의 내공 덕분이다.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물론 그 염색하는 사람의 빗질 간격 조정도 중요하다. 정여사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몸 꾸미기를 그만둔다면 그 때가 내가 이 세상과 이별을 준비할 때다. 그런데 요즘 수상하다. 반지는 늘 .. 2021. 2. 28.
치매와의 동행을 거부한 정여사 [치매와의 동행을 거부한 정여사] 휠체어를 타고 이사를 했다. 이사 가는 집이 멀지 않아서 옛 아파트에서 신 아파트로 휠체어에 태워 이동하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짚어주기는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흐려지던 기억력. 건망증이 기억했던 것을 잊는 것이라면 기억력의 저하는 새로운 것을 입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이 2021년. 2018년 그 더운 여름에 뇌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 정여사! 여름의 더위로 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에어컨을 잘 활용한 결과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나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를 인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나이가 85세라 자연노화라 판단은 했지만 올해에 집 근처 치매센터에서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 보려 하였다. 불행히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센터에 갈 수가 .. 2021. 2. 23.
정여사의 꽃밭 [정여사의 꽃밭] 정여사는 화초를 사랑했다.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에서는 베란다 가득히 나무가 자랐다. 물론 화분 속의 나무이지만. 그녀가 몸 움직임이 좋았던 시절에는 화초나무들이 질서 정연하고 생기발랄했었는데, 움직임이 부족하니 나에게 미루었는데 그때 이후로 화초들은 삐죽삐죽하고 뭔지 모르게 사랑받지 못하는 티가 보였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이사 온 집은 다 확장이 되어 화초를 둘 공간이 없어서 정리를 하고 왔는데 정여사가 매우 섭섭해한다. 그래서 직장 동료에게서 스킨답서스를 분양 받아왔는데 수중 재배라 그런지 아직은 무탈하게 몇 개월을 자라고 있다. 초기에 정여사와 내가 아침마다 새 잎이 나오는지를 관찰했었다.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정열과 호기심을 안고서. 이제 스킨답서스는 세 개의 병에서 자라고 있.. 2021. 2. 21.
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명절은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면 재래시장의 분위기와 공기가 달라진다. 알 수 없는 분주함.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무거운 제사상 재료를 실어 나르려고 가져오는 개인용 카터의 뒤섞임. 재래시장이 왁자지껄 해지는 느낌이 들면 명절이 다가 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보통 명절 한 달 전부터 알 수 있는데 추석은 한 달 전부터, 설날은 더 길다. 양력설을 쇠는 사람도 있겠고 혹은 설준비는 겨울이다 보니 좀 더 일찍 구매하여 보관하여도 덜 상할 것이라는 믿음. 여름이나 겨울이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성능은 같을 것이나 심리적으로 장기보관을 해도 될 것 같고, 냉장고가 아닌 실온이라도 겨울은 미리 사놓은 물건의 보관에 부담.. 2021. 2. 15.
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 갔지만 [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갔지만] 2021년 2월 12일 코로나 19 이후의 첫 설날 제사. 2020년 가을인 추석까지 코로나가 갈 줄 몰랐었다. 작년 설에는 온 가족이 모였고 사촌들과 늘 하듯이 거대한 가족모임의 제사가 진행이 되었다. 그랬는데 추석에는 전체 가족모임의 제사는 각자 자기 집에서 선친들 제사만 모시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작년 추석은 엉겁결에 지나갔다. 다시 설날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까치설날에 제사를 모신다. 그래서 전국의 사촌들은 그 전날부터 서둘러 고향으로 남들보다 하루 일찍 귀향하였다. 까치설날에 제사를 한번 모시면 되는데 우리는 분가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다고 선친이 까치설날 말고 본 설인 1월 1일에 지내게 하셨다. 그래서 까치설날엔 사촌들과 고향에서, 본 설날엔 우리.. 2021. 2. 13.
사랑놀이 [사랑놀이] 나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하루 열 번씩 사랑한다는 외친다. 물론 다양한 버전으로 한다. 속삭이기도 하고 조용히 말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말하기도 하고 우스꽝 스럽게 말하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난 듯 말하기도 하고 괜히 그 앞에 가서 말하기도하고 벼르고 별러서 쑥스러운 듯이 하기도 하고 버전은 수시로 시시각각 변한다. 딱 한 단어다. 동사. 사랑한다. 정여사님, 사랑합니다. 우리 정여사의 반응도 장난 아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여, 나는 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 얼마나 더 많이? 열 배 스무 배 아니 만 배. 이제는 좀 다르다. 엄마! 사랑한다. 이제사 사랑하나? 사랑하는 걸 이제 알았나? 가리느까? (새삼스럽게/ 뒤늦게/뒷북치듯) 오늘은 급기야 내일모레 죽을 때가 되었는데 인.. 202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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