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어매: 왜 날 낳으셨소?]
오후에 염색을 하자고 약속을 했기에 안 한다고 하기 전에 준비를 하고 정여사를 부르러 갔다. 트로트 나오는 프로가 워낙 많으니 프로그램은 모르겠지만 여하한 그것을 보고 있던 정여사가 전설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잡아 세운다.
= 전설
= 예
= 어매 어매 왜 날 낳으셨소? 라는 노래를 누가 불렀는데,
(까지 말을 잇고 있는데 전설이 뛰어든다)
= 그래 그게 궁금하다. 엄마는 왜 날 낳으셨소?
(삐딱한 눈초리로 보면서)
= 내가 먼저 말을 시작했는데, 끝까지 들으면 안 되겠나?
(머쓱하게: 잘라먹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다만 그 질문이 너무 쌈빡하고 언젠가는 한번 물어보리라 한 질문이어서 예의를 을 좀 잊었을 뿐)
= 아. 예.... 하시죠.
= 저 노래를 듣던 판정단 사람들이 거의가 펑펑 우네. 우리 전설도 저기에 앉아 있었으면 펑펑 울었겠지.
=...
염색하다가 말을 이어간다.
= 근데 정여사님. 왜 날 낳으셨소?
= (살짝 화를 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 질문이 아니라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줄 알았다.
= (전설도 띵하면서) 아니 감사합니다. 일단.........그런데 자식을 낳을 때는 원대한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닌가 이거죠...(우겨본다)
= 자식을 낳은 것은 우리 마음대로 하는 기 아니고 삼신할머니가 점지를 해 줘야 한다. 점지를 해 줘서 낳은 건데@@@@ 삼신 할머니의 이유는 나도 모른다.
아하, 부모도 모르는 것이구나. 부모들은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자식을 낳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잉태를 했으니 낳은 것이다. 그러면 그 잉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삼신할머니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태어났을까? 모든 사람의 이 궁금증은 삼신할매의 영역이니 삼신 할머니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사는가?
70살이 넘은 사람들은 오지게 재밌게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그 이하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 와서 어쩌다 보니 벌여 놓은 일들을 책임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적게 벌여놓은 사람들은 빨리 끝날 것이고, 많이 벌려 놓은 사람들은 늦게 마무리할 것이다. 심플하게 혹은 복잡다단하게 벌여 놓은 것들의 특징에 따라 책임지는 삶을 사는 것이 왜 사는 이유일 것이다. 빨리 마무리한 사람들은 오지게 재미있게 살다가, 나중에 삼신 할머니 만나서 왜 점지를 했는 지를 물어볼 일이다.
[플러스]
애초에 [왜 태어났을까?]는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그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살까?] [무엇을 할까?] 이런 류의 질문이 아닐까? 나중에 삶을 마감하고서 [내가 살아 낸 삶]과 [삼신할머니의 점지 이유]를 비교 대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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