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story 우리 정여사124 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 갔지만 [까치설날의 제사는 물건너갔지만] 2021년 2월 12일 코로나 19 이후의 첫 설날 제사. 2020년 가을인 추석까지 코로나가 갈 줄 몰랐었다. 작년 설에는 온 가족이 모였고 사촌들과 늘 하듯이 거대한 가족모임의 제사가 진행이 되었다. 그랬는데 추석에는 전체 가족모임의 제사는 각자 자기 집에서 선친들 제사만 모시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작년 추석은 엉겁결에 지나갔다. 다시 설날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까치설날에 제사를 모신다. 그래서 전국의 사촌들은 그 전날부터 서둘러 고향으로 남들보다 하루 일찍 귀향하였다. 까치설날에 제사를 한번 모시면 되는데 우리는 분가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다고 선친이 까치설날 말고 본 설인 1월 1일에 지내게 하셨다. 그래서 까치설날엔 사촌들과 고향에서, 본 설날엔 우리.. 2021. 2. 13. 사랑놀이 [사랑놀이] 나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하루 열 번씩 사랑한다는 외친다. 물론 다양한 버전으로 한다. 속삭이기도 하고 조용히 말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말하기도 하고 우스꽝 스럽게 말하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난 듯 말하기도 하고 괜히 그 앞에 가서 말하기도하고 벼르고 별러서 쑥스러운 듯이 하기도 하고 버전은 수시로 시시각각 변한다. 딱 한 단어다. 동사. 사랑한다. 정여사님, 사랑합니다. 우리 정여사의 반응도 장난 아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여, 나는 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 얼마나 더 많이? 열 배 스무 배 아니 만 배. 이제는 좀 다르다. 엄마! 사랑한다. 이제사 사랑하나? 사랑하는 걸 이제 알았나? 가리느까? (새삼스럽게/ 뒤늦게/뒷북치듯) 오늘은 급기야 내일모레 죽을 때가 되었는데 인.. 2021. 2. 10. 맨손 체조 얕보지 말라 [맨손 체조 얕보지 말라] 코로나 이후로 집콕하는 사람과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늘었다. 헬스장을 못 간다는 핑계로 운동않고 잘 노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헬스기구도 많이 구입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한 해가 갔고 입춘도 지난 올해에는 작년의 실패를 발판삼아 또 다른 실패할 계획들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인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장 잘 실천할 수 있고 핑계를 댈 수 없는 운동이 있다. 마음만 있으면 성립하는 그런 천재적인 운동이 있다. 바. 로, 맨손체조이다. 맨손으로 하니까 준비할 것이 하나도 없다.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최고이나 그러면 또 핑겠거리가 되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준비할 것은.. 2021. 2. 8. 바느질하는 정여사가 감동인 이유는 [바느질하는 정여사가 감동인 이유는] 우리 정여사는 바느질을 좋아한다. 잘한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양재 공부를 정식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양재 공부는 커녕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여사의 바느질 역사는 깊다. 정여사의 하나뿐인 언니(나의 이모)는 꽤 규모가 큰 전통시장에서 한복 옷감 장사를 했다. 그 옛날엔 결혼식을 하면 이런 한복감 상점에서 옷감을 많이 장만을 했다. 시부모를 비롯하여 층층 시야 시댁 어르신들의 옷감들. 그리고 친정의 어르신들에게 옷감 선물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 옷감 가게와 연계되어 있는 한복집을 소개받고 옷을 지어도 되고 아니면 자기 단골 한복집에서 옷을 맞추어 입고서 결혼식에 참가를 했었다. 언니가.. 2021. 2. 5. 십년감수한 정여사 [십년감수한 정여사] 자다가 잘 깨지 않는데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무슨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우리 정여사 방에서 이동식 변기 뚜껑 소리인가 보다 하고 계속 잠을 청했다. 그런데 코끝에서 퍼지는 이 냄새는 찐한 오줌 냄새다. 정여사의 파자마에서 자주 맡는 냄새이긴 한데 좀 더 진하다. 벌떡 일어나 정여사 방을 가보니 난장판이 되어있다. 변기는 쏟아져 있고 방바닥에 엉거주춤 앉아있는 정여사. 불을 켜고 보니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정여사의 형형한 눈빛. 일은 벌어졌고 독립심 강한 여인이니 혼자서 무엇이라도 뒤처리를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이다. 침대 밑으로 변기 내용물은 굴러 가고 입었던 파자마랑 면 상의를 벗어서 퍼지는 것을 막고, 자신은 새 옷을 꺼내 입기는 하였다. 그러나 혼자 일어설 수는 없는 .. 2021. 1. 29. 냉찜질로 살아남다 [냉찜질로 살아남다] 저녁 식사를 하자고 소리쳤더니 조금 있다가 뭔가 어색한 소리가 난다. 후다닥 가보니 화장실 입구에서 우리 정여사가 가만히 누워계신다. 보행기는 옆에 가 있고. 왼쪽 발과 다리가 힘이 없는데 발을 디디다가 양말이 미끄러져서 방바닥에 철커덕 넘어지셨다는 것이다. 큰 소리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세게 미끄러지진 않았다. 물어보니 세게 엉덩방아를 찧지는 않으셨단다. 일단 누운채로 머리부터 점검을 해보니 발목보다 무릎 쪽에 불편함이 있다. 어르신들은 낙상사고로 대퇴부나 엉덩이뼈 등이 골절되고 더하여 골다공증이라도 있으면 회복 불가로 자리에 누우신다. 한번 자리에 누우면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코로나 퇴치만큼 어려운 일이다. 늙는다는 것이 가슴이 아픈것은 양.. 2021. 1. 18. 이전 1 ··· 17 18 19 20 2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