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놀이]
나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하루 열 번씩 사랑한다는 외친다. 물론 다양한 버전으로 한다.
속삭이기도 하고
조용히 말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말하기도 하고
우스꽝 스럽게 말하기도 하고
갑자기 생각난 듯 말하기도 하고
괜히 그 앞에 가서 말하기도하고
벼르고 별러서 쑥스러운 듯이 하기도 하고
버전은 수시로 시시각각 변한다. 딱 한 단어다. 동사. 사랑한다.
정여사님, 사랑합니다.
우리 정여사의 반응도 장난 아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여,
나는 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
얼마나 더 많이?
열 배 스무 배 아니 만 배.
이제는 좀 다르다.
엄마! 사랑한다.
이제사 사랑하나?
사랑하는 걸 이제 알았나?
가리느까? (새삼스럽게/ 뒤늦게/뒷북치듯)
오늘은 급기야
내일모레 죽을 때가 되었는데 인자 사랑하나?
헉...... 나중에 후회 안 하려고.
똑같은 말을 상황에 넣어서 하면 수많은 버전으로 재밌게 대화할 수 있다.
정여사랑 한 단어를 가지고 한참을 깔깔거리며 논다.
대학 동기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영어로 인사하기
(살짝 높은 톤으로) Nice to mee you!
(번역: 완전 반갑다~~)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때 영어로 인사하기
(얼굴을 오만상으로 찌푸리면서 저음으로) Nice to meet you!!!
(번역: 너 잘 만났다~!!!!!)
단어 하나 혹은 문장 하나로 많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단 상상력이 좋아야 하고 바디 랭귀지를 함께 이용하여야 한다.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굳이 나와 정여사의 관계가 아니라도 "사랑한다"를 남발하여야 한다. 남용일까 살짝 걱정하였으나 사랑을 남발한다고 남용이 될까 싶다. 오늘도 외칠 수 있는 그대가 있을 때 마음껏.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고 나면 못 노나니!!!!
외쳐 외쳐 지금에 외쳐!
가고나면 듣지 못하니!!!!
비공개구혼/전설/정여사/사랑놀이/사랑한다/바디랭귀지/상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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