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정여사가 감동인 이유는]
우리 정여사는 바느질을 좋아한다.
잘한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양재 공부를 정식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양재 공부는 커녕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여사의 바느질 역사는 깊다.
정여사의 하나뿐인 언니(나의 이모)는 꽤 규모가 큰 전통시장에서 한복 옷감 장사를 했다. 그 옛날엔 결혼식을 하면 이런 한복감 상점에서 옷감을 많이 장만을 했다. 시부모를 비롯하여 층층 시야 시댁 어르신들의 옷감들. 그리고 친정의 어르신들에게 옷감 선물을 했던 것이다. 그러면 옷감 가게와 연계되어 있는 한복집을 소개받고 옷을 지어도 되고 아니면 자기 단골 한복집에서 옷을 맞추어 입고서 결혼식에 참가를 했었다.
언니가 옷감 장사를 하니 옷감은 널려 있었다. 자투리 옷감도 많았다. 정여사는 그 옷감들로 우리 남매들의 못을 만들어 입혔다. 본인 한복도 간단하게 만들었고 한복감으로 우리에겐 양복형으로 옷을 만들어 주었다. 실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나 입을 만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여름에 간단하게 입는 옷을 만들어 주었다. 이후에는 집에 머무를 시간이 많이 없어져서 정여사는 자신의 옷만 만들어 입었다.
정여사의 옷은 옷본을 사용하여 하는 것은 아니었고 모두가 그녀의 눈썰미와 기억과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었다.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여인이 전통시장에서 눈으로 얼핏 본 것들을 자신의 상상과 이성적 판단력을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재봉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손바느질로.
그런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의 바느질은 늘 경이로웠다. 초크 하나 없이 상상만으로. 손바느질만으로.
바느질을 한다는 것은, 첫째로 목적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그 대상물에 대한 욕구가 있어야 한다. 대상물을 만들어서 사용할 용도도 있어야 하고, 용도가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만들고자 하는 물건에 대하여 디자인하는 뇌가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셋째, 물론 돋보기는 사용하지만 시력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손떨림 등이 없어야 하고 바늘귀를 뀌는 섬세함과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력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삶에의 의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오늘 퇴근해 보니 정여사가 바느질이 한창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자기의 방으로 가려해서 물으니 바느질을 마치지 않아서 빨리 가서 마쳐야 한단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다.
이제 늙어서 바느질이 힘드네.
아유, 너무 멀쩡한 우리 정여사.
아유, 이제 나이든 우리 정여사.
바느질하고 있는 그녀. 오늘 마음이 푸근하다. 건망증은 매우 많아지고 깊어졌으나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저 여인은 아직 정상적인 나의 어머니로구나. 작년 4월에 이사 전후부터 추석전까지 치매인지 아닌지 나를 헷갈리게 했던 그녀. 치매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그녀의 "정상"을 끌어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정여사는 바느질로 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싸랑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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