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story 우리 정여사124 스킨답서스 루트 컷 [스킨답서스 루트 컷] 뿌리가 살짝 자리 잡은 한 놈과 이제 수경재배의 기회를 부여받은 두 놈. 세 놈을 분양받았다. 화초를 키우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이들은 수경재배가 가능하고 물만 잘 갈아주면 된다고 해서 용기를 내어 가져 온 녀석들이다. 원래 화초를 사랑하는 정여사와 식탁에 두고 아침저녁으로 그들이 어떻게 잎을 피워내는가를 관찰했다. 물은 병이 지저분해지면 갈아주라 했는데 초기에는 더러워질 일이 없었다. 뿌리가 별로 없으니 더더욱. 하루가 다르게 그들은 잎을 피운다. 한 잎 나오기를 기다리면 나오면서 벌써 새끼를 잉태하고 나온다. 자신의 잎을 돌돌 말린 상태에서 적정 사이즈가 되면 말린 게 풀리면서 그냥 잎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새끼 순은 벌써 자라기 시작한다. 세 군데서 자라 나오는 잎들을 관찰하.. 2021. 3. 6. 너희가 트로트를 아느냐? 정여사의 트로트 사랑 [너희가 트로트를 아느냐? 정여사의 트로트 사랑] 비공개구혼/정여사/트로트사랑/노래 리스트/노래가 있는 삶 친구들이 요즘은 트로트가 대세라고 한 지가 꽤 되었는데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어떤 노래가, 어떤 트로트 신동이 떴는지, 어떤 트렌드가 형성이 되었는지, 어떤 방송이 신설이 되었는지, 인기 있는 신인은 누군지, 신곡은 뭐가 있는지. 하. 나. 도. 모른다. 늘 몰랐던 것은 아니고 최근 일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로트를 알았던 이유는 바로 정여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흥이 많은 그녀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최근 정여사가 트로트에 대한 사랑이 좀 식었던 결과로. 정여사가 아직 열정이 있던 날에는 가요무대를 빼놓지 않고 보았고 함께 보느라 아는 노래도 많았다. 주거지가 거.. 2021. 2. 28. 이별 예감 [이별 예감] 흰머리는 염색을 해도 일주일이 지나면 뿌리가 하얗게 나온다. 우리 정여사는 일주일에 1번씩 염색약을 아주 조금만 섞어서 앞쪽에 난 뿌리만 눈가림을 하셨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나 이제 정수리까지 제법 흰 머리가 우세해지면 딸에게 요청을 한다. 풀 염색을 해 달라고. 풀 염색을 할 때면 A제와 B제를 섞는데 정여사가 섞어주는 그만큼이면 완벽하게 앞에서부터 뒤까지 뿌리부터 바깥까지 희한하게 그 양이 딱 맞았다. 수십년을 염색을 해 온 정여사의 내공 덕분이다.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물론 그 염색하는 사람의 빗질 간격 조정도 중요하다. 정여사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몸 꾸미기를 그만둔다면 그 때가 내가 이 세상과 이별을 준비할 때다. 그런데 요즘 수상하다. 반지는 늘 .. 2021. 2. 28. 치매와의 동행을 거부한 정여사 [치매와의 동행을 거부한 정여사] 휠체어를 타고 이사를 했다. 이사 가는 집이 멀지 않아서 옛 아파트에서 신 아파트로 휠체어에 태워 이동하면서 하나하나 공간을 짚어주기는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흐려지던 기억력. 건망증이 기억했던 것을 잊는 것이라면 기억력의 저하는 새로운 것을 입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이 2021년. 2018년 그 더운 여름에 뇌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 정여사! 여름의 더위로 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에어컨을 잘 활용한 결과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나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를 인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나이가 85세라 자연노화라 판단은 했지만 올해에 집 근처 치매센터에서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 보려 하였다. 불행히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센터에 갈 수가 .. 2021. 2. 23. 정여사의 꽃밭 [정여사의 꽃밭] 정여사는 화초를 사랑했다.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에서는 베란다 가득히 나무가 자랐다. 물론 화분 속의 나무이지만. 그녀가 몸 움직임이 좋았던 시절에는 화초나무들이 질서 정연하고 생기발랄했었는데, 움직임이 부족하니 나에게 미루었는데 그때 이후로 화초들은 삐죽삐죽하고 뭔지 모르게 사랑받지 못하는 티가 보였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이사 온 집은 다 확장이 되어 화초를 둘 공간이 없어서 정리를 하고 왔는데 정여사가 매우 섭섭해한다. 그래서 직장 동료에게서 스킨답서스를 분양 받아왔는데 수중 재배라 그런지 아직은 무탈하게 몇 개월을 자라고 있다. 초기에 정여사와 내가 아침마다 새 잎이 나오는지를 관찰했었다.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정열과 호기심을 안고서. 이제 스킨답서스는 세 개의 병에서 자라고 있.. 2021. 2. 21. 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재래시장 좌판 할머니의 연휴는 길어] 명절은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면 재래시장의 분위기와 공기가 달라진다. 알 수 없는 분주함. 할머니 할아버지 연배의 어르신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무거운 제사상 재료를 실어 나르려고 가져오는 개인용 카터의 뒤섞임. 재래시장이 왁자지껄 해지는 느낌이 들면 명절이 다가 옴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보통 명절 한 달 전부터 알 수 있는데 추석은 한 달 전부터, 설날은 더 길다. 양력설을 쇠는 사람도 있겠고 혹은 설준비는 겨울이다 보니 좀 더 일찍 구매하여 보관하여도 덜 상할 것이라는 믿음. 여름이나 겨울이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성능은 같을 것이나 심리적으로 장기보관을 해도 될 것 같고, 냉장고가 아닌 실온이라도 겨울은 미리 사놓은 물건의 보관에 부담.. 2021. 2. 15. 이전 1 ··· 16 17 18 19 20 2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