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답서스 루트 컷]
뿌리가 살짝 자리 잡은 한 놈과 이제 수경재배의 기회를 부여받은 두 놈. 세 놈을 분양받았다. 화초를 키우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이들은 수경재배가 가능하고 물만 잘 갈아주면 된다고 해서 용기를 내어 가져 온 녀석들이다.
원래 화초를 사랑하는 정여사와 식탁에 두고 아침저녁으로 그들이 어떻게 잎을 피워내는가를 관찰했다.
물은 병이 지저분해지면 갈아주라 했는데 초기에는 더러워질 일이 없었다. 뿌리가 별로 없으니 더더욱. 하루가 다르게 그들은 잎을 피운다. 한 잎 나오기를 기다리면 나오면서 벌써 새끼를 잉태하고 나온다. 자신의 잎을 돌돌 말린 상태에서 적정 사이즈가 되면 말린 게 풀리면서 그냥 잎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새끼 순은 벌써 자라기 시작한다.
세 군데서 자라 나오는 잎들을 관찰하는 즐거움이 좋았다. 제법 치렁치렁할 정도로 자랐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흡족했다. 그런데 어는 날부터 잎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하지 않았다. 잊었다. 우리에겐 몬스테라가 등장하였기 때문이었다. 몬스테라도 수경재배가 가능한데 동료가 화분에 흙으로 심어주었다. 그 잎이 또 예뻐서 한 손 받아왔다. 수경으로 키우다가 화분에 이주한 몬스테라.
몬스테라에 아침저녁으로 또 정여사와 정신이 팔려 관찰을 하다가, 며칠 전부터 스킨 답서스가 다시 새 잎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헐. 봄이라서 그런가??
[참고로, 몬스테라가 잎을 피워내는 것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스킨답서스의 잎에 비하여 열 배의 면적을 가진 잎이 펴지는 광경이라 그렇다. 식물들도 동물의 발생만큼이나 극적이고 놀랍고 신기하다]
과연 봄이라서 그럴까?
뿌리가 없어 자라지 못하고 죽을까 봐 집으로 온 이후에 몇 달 동안 물만 갈아 주고 그대로 두었다. 투명한 물병 안으로 서로 얽히고 얽힌 자란 난 뿌리 둘이 서로 돌돌 말아서 야구 공보다 좀 더 크게 돌돌 말려있는 것을 관찰했다. 어디선가 누구에겐가 뿌리를 정리해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이유를 물어볼 새도 없이 지나가는 말로.
드러내어서 가위로 긴 머리를 단발로 만들듯이 싹둑싹둑 잘랐다 완전 볼품이 없다. 뿌리도 우리 머리를 헤어디자이너가 자르듯이 멋있게 잘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병 안에 보이는 싹둑한 뿌리의 모습이라니. 창피스럽다. 간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잎을 내는 스킨답서스.
아!!!! 뿌리를 키우느라고 잎을 내지 못하고 있었구나. 봄이 문제가 아니라 뿌리가 너무 길고 뿌리 가지가 너무 많았던 것이었구나. 그래서 영양분이 잎으로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뿌리로 가기 바빴구나. 많이 미안했다.
뿌리를 정리하라는 말은 이 뜻이었구나. 뿌리를 10센티정도 남기고 30센티 정도를 잘랐다. 살짝 걱정은 했지만 다시 적응한 우리의 스킨답서스. 앞으로 루트 컷도 멋있게 하도록 하꾸마.
비공개구혼/전설/개인사/문화/정여사/스킨답서스/수경재배/뿌리정돈/루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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