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걱정 무용론]
= 아니 우리 정여사는 얼굴이 너무 고와! 얼굴에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여!!!!
= 아이고, 할머니가 이쁘면 얼마나 이쁠 것이라고. 네가 이쁘지.
= 아니 정말 걱정 없는 얼굴이에요. 진짜 솔직히 말해보세요.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 없어.
= 그런가. 나는 어때 보여요?
= 너도 완전 걱정없는 얼굴인데.~!
= 왜 그럴까요 정여사님!!!
= (볼을 쥐면서 말씀하신다) 걱정이 없으니까 없는 건데. 사실 걱정이 있다 해도 걱정이 해결해 주는 것은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걱정이 없는 거지.
= 아!!!!
어찌 저리 지혜로운 말씀만 하시는지.
정여사도 가끔 아프기는 했다. 나이 70세를 넘기자 주위 친구분들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겼다. 아프면 전문가에게 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전문가는 약사이고, 조금 먼 전문가는 로컬병원 의사이고, 매우 성가신 전문가는 장기 처방약을 처방하는 의사이다. 정여사 주위에는 약국의 약사는 전문가가가 아닌 듯하고 병원을 가야 전문인을 만난다고 생각하는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약사가 전문가가 아니란 것에는 속상한 측면이 있지만 환자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거다. 문제는 약사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의사라는 전문가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안 가면서 걱정만 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아프면.
= 00 엄마, 왜 병원 안가?
= 큰 병 있을까 봐 겁나서.
= 그럴수록 가야지.
= 무서워
= 병원 가면 좋은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검사나 진찰을 해보고 별일 없으면, 별일이 아니니 가장 좋은 것이고, 둘째는, 만약에 병이 있으면 빨리 고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냐.
= 그래도 무서워 가기 싫어.
= 아니 두 가지가 다 좋은데 왜 가기 싫을까@@@@
정여사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질병와 동행하는 것도 삶의 한 모습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줘서 이제 인이 박힌 말이 저그다. 별일 없으면 더없이 좋고, 별일 있으면 빨리 발견했으니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 요점이다. 미국도 아닌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왜 전문가 만나기를 미루는 것일까. 이제 정여사가 가르쳐 준 논리대로 친구들에게 말한 지도 꽤 되었다. 비록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생로병사와 인명재천이 인간의 숙명인 것을 어이할꼬.
[플러스]
그리고 정여사와 전설은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 걱정거리를 적당히 해결하고 산다. 놓을 것은 놓고, 손해 볼 것은 손해보고, 처리할 일은 처리하고... 매일 걱정과 조금씩 담을 쌓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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