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story 우리 정여사124 꾀병도 정말 아파 [꾀병도 정말 아파] 따르릉. 앗!!!! 정여사다. 엄마가 아픈데... 어디가 제일 불편해요? 온 전신이 아픈데, 두통도 있고 전신이 아파. 두통은 딱 정할 수 있고, 다른 데 아픈 데는 정할 수는 없는 거네요? 응. 다른 데는 그냥 몸 전체가 아파.....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멋 적어서 하는 말이었을까.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다. 정말 어딘가 아픈데 호소할 때가 없어서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를 부르거나 호출벨을 사용하시면 되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다. 친절하지 않았을까? 벨이 멀리 있어서 손이 안 닿았을까. 혹시나 싶어서 간호사실에 부탁한다. 혈압 점검 해 달라고 그리고 전신이 아프다는데 몸살인지 살펴주시오. 즉각 조치로 두 어.. 2023. 4. 18. 정여사의 재산인 우리 집 장독 [정여사의 재산인 우리 집 장독] 파는 것도 많지만 면으로 만들어서 고무줄을 팅구어 고정하는 것이 장이 숨 쉬기에는 제일 좋다는 정여사의 말씀. 오늘 장을 살펴보다가 누더기처럼 겹쳐서 이불 실로 대충대충 기운 포가 너무 정겹다. 정여사의 생각도 난다. 바느질을 꼼꼼하게 박음질로 해도 될 것을 시침으로 해 놓은 포. 자세히 보니 시침질이라기보다는 박음질을 촘촘하지 않게 성기게 해 놓았구나. 장을 담은 지는 5년은 넘은 듯하다. 이제 남은 장은 이 장독의 2분의 1. 간장은 2리터 페트병에 3병이다. 이사 오면서 간장은 페트병에 담았는데, 아직 장독에 다시 붇질 않았다. 단지 숨은 쉬도록 뚜껑을 좀 열어 두었다. 이 장을 정여사가 직접 담그시면서 "마지막 장 담그기 일 지도 몰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 2023. 4. 18. 질병과의 오랜 동행의 흔적: 주 단위 약 통 [질병과의 오랜 동행의 흔적: 주 단위 약 통] 정여사가 만 88세인데, 고혈압 약은 60대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에, 엄마가 다리에 힘이 없구나. 입도 말을 좀 안 듣는구나. 그래서 바로 병원에 갔더니 뇌졸중이 온 것이었다. 응급실로 갔으면 휴유증이 아예 없었을까? 심각해 보였으면 바로 응급실을 갔을 터인데 그 때는 살짝 그런 느낌이라 외래로 진료를 보았다. 4시간을 넘겼을 지도 몰랐다. 고혈압이 있었고 뇌졸중 흔적이 있었다.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에 감각이 떨어졌다.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질병과 동행을 시작하였다. 또한 약과도 악수를 하였다. 처음에는 60대였으니 약 복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혼자서 병원도 다니셨고 약도 복용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데 아무.. 2023. 4. 12. 정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암호: 알러뷰 미투 [정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암호: 알러뷰 미투] - Have I told you that I love you? - Still? - Always 부부가 우여곡절 끝에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며 나누는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대사이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영하 [은밀한 유혹]의 마지막 부분에서 둘이서 주고받는 대화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여운을 주었다. 1993년 만들어진 영화인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스스로 용변 처리가 어려운 일을 당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하였을 때, 기억저하로 인한 난감한 사실을 그녀 스스로 인식하고 자신을 잃어갈 때쯤부터 [엄마 사랑한다]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여사로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 난감함이 발생할 때면, 정리해 드리면서 항상 그렇게 말했다.. 2023. 4. 10. 통화량 감소에 놀란 가슴: 헬로 정여사!!! [통화량 감소에 놀란 가슴: 헬로 정여사!!!] 언제부터 이런 전화 통화량 증감을 알리는 메시지를 받았는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현재 소유한 핸드폰은 그 기능을 꼬박꼬박 실행하고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그 메시지가 문득 어느 일요일 아침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통화량이 지난주에 비해 감소를 했다고 한다. 정여사가 병원으로 거처를 옮기자 우리를 이어주는 소통의 방법은 전화가 유일하다. 지금 세대라면 카톡을 하겠다만, 문자를 쓸 수 있는 손도 아니고 읽을 눈도 아니기에 전화만이 그 소통의 순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세대라해도 이제 노안으로 접어들면 그때는 우리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혹은 자신의 집에서 전화만 하고 있을 것이다. 문자대화는 불가할 예정이다. 전화를 주고받을 대상이라도 있으면 복 많은 인생.. 2023. 4. 4.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달이 된 정여사의 영혼도 사랑한다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달이 된 정여사의 영혼도 사랑한다] 치매가 동행을 요청하기 전에 정여사의 영혼의 달은 이토록 찬란했다. 자식들은 그녀의 영혼은 부처라고 했다. 깊고도 드넓었던 영혼. 자식들 모두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던 그 영혼의 소유자. 그녀가 찾아온 치매를 외면하지 못하였다. 달은 30일을 주기로 그 모습을 바꾸는데, 그 30일의 모습을 모두 아는 우리는 이 초승달만 보아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막아선 저 공간까지 파악을 한다. 아직 달의 전체를 못 본 이들은 달의 모습이 저 초승달이라고만 믿겠지. 하지만 얘야 아니란다. 그 많은 모습 중의 하나란다. 정여사의 영혼의 달은 부지런히 모습 바꾸기를 시연하고 있다. 정여사의 영혼 전부를 사랑한다. 어떤 모습이어도 그 어느 시기를 지나고 .. 2023. 4. 1.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