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정여사의 재산인 우리 집 장독]
파는 것도 많지만 면으로 만들어서 고무줄을 팅구어 고정하는 것이 장이 숨 쉬기에는 제일 좋다는 정여사의 말씀. 오늘 장을 살펴보다가 누더기처럼 겹쳐서 이불 실로 대충대충 기운 포가 너무 정겹다. 정여사의 생각도 난다. 바느질을 꼼꼼하게 박음질로 해도 될 것을 시침으로 해 놓은 포. 자세히 보니 시침질이라기보다는 박음질을 촘촘하지 않게 성기게 해 놓았구나.
장을 담은 지는 5년은 넘은 듯하다. 이제 남은 장은 이 장독의 2분의 1. 간장은 2리터 페트병에 3병이다. 이사 오면서 간장은 페트병에 담았는데, 아직 장독에 다시 붇질 않았다. 단지 숨은 쉬도록 뚜껑을 좀 열어 두었다. 이 장을 정여사가 직접 담그시면서 "마지막 장 담그기 일 지도 몰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이 장은 간장을 걸러내지 않아서 영양도 좋다. 간장용은 따로 담아서 사용을 했었다는 것이 기억이 난다.
이제 병원으로 거처를 옮기셨으니 진정 마지막 장 담그기의 결과물만 남아있다. 막상 정여사가 집에 없으니 요리할 일이 없고 장은 생각보다 오래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여사의 손길과 마음은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남아 있겠구나. 손바느질을 사랑했던 정여사의 면포가 저렇게 제 자리에 있을 때 더 사랑스럽다. 장을 다 먹고 나면 너의 운명은 어찌 될까? 계속 덮어 두는 것으로 하자. 그것은 정여사의 오롯한 재산이다.
반응형
'HERstory 우리 정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릴게: 생전 처음으로 (1) | 2023.04.26 |
---|---|
꾀병도 정말 아파 (0) | 2023.04.18 |
질병과의 오랜 동행의 흔적: 주 단위 약 통 (0) | 2023.04.12 |
정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암호: 알러뷰 미투 (0) | 2023.04.10 |
통화량 감소에 놀란 가슴: 헬로 정여사!!! (0) | 2023.04.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