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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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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110

질병과의 오랜 동행의 흔적: 주 단위 약 통 [질병과의 오랜 동행의 흔적: 주 단위 약 통] 정여사가 만 88세인데, 고혈압 약은 60대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에, 엄마가 다리에 힘이 없구나. 입도 말을 좀 안 듣는구나. 그래서 바로 병원에 갔더니 뇌졸중이 온 것이었다. 응급실로 갔으면 휴유증이 아예 없었을까? 심각해 보였으면 바로 응급실을 갔을 터인데 그 때는 살짝 그런 느낌이라 외래로 진료를 보았다. 4시간을 넘겼을 지도 몰랐다. 고혈압이 있었고 뇌졸중 흔적이 있었다.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에 감각이 떨어졌다.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질병과 동행을 시작하였다. 또한 약과도 악수를 하였다. 처음에는 60대였으니 약 복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혼자서 병원도 다니셨고 약도 복용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데 아무.. 2023. 4. 12.
정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암호: 알러뷰 미투 [정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의 암호: 알러뷰 미투] - Have I told you that I love you? - Still? - Always 부부가 우여곡절 끝에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며 나누는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대사이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영하 [은밀한 유혹]의 마지막 부분에서 둘이서 주고받는 대화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여운을 주었다. 1993년 만들어진 영화인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스스로 용변 처리가 어려운 일을 당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하였을 때, 기억저하로 인한 난감한 사실을 그녀 스스로 인식하고 자신을 잃어갈 때쯤부터 [엄마 사랑한다]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여사로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 난감함이 발생할 때면, 정리해 드리면서 항상 그렇게 말했다.. 2023. 4. 10.
통화량 감소에 놀란 가슴: 헬로 정여사!!! [통화량 감소에 놀란 가슴: 헬로 정여사!!!] 언제부터 이런 전화 통화량 증감을 알리는 메시지를 받았는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현재 소유한 핸드폰은 그 기능을 꼬박꼬박 실행하고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그 메시지가 문득 어느 일요일 아침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통화량이 지난주에 비해 감소를 했다고 한다. 정여사가 병원으로 거처를 옮기자 우리를 이어주는 소통의 방법은 전화가 유일하다. 지금 세대라면 카톡을 하겠다만, 문자를 쓸 수 있는 손도 아니고 읽을 눈도 아니기에 전화만이 그 소통의 순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세대라해도 이제 노안으로 접어들면 그때는 우리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혹은 자신의 집에서 전화만 하고 있을 것이다. 문자대화는 불가할 예정이다. 전화를 주고받을 대상이라도 있으면 복 많은 인생.. 2023. 4. 4.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달이 된 정여사의 영혼도 사랑한다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달이 된 정여사의 영혼도 사랑한다] 치매가 동행을 요청하기 전에 정여사의 영혼의 달은 이토록 찬란했다. 자식들은 그녀의 영혼은 부처라고 했다. 깊고도 드넓었던 영혼. 자식들 모두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던 그 영혼의 소유자. 그녀가 찾아온 치매를 외면하지 못하였다. 달은 30일을 주기로 그 모습을 바꾸는데, 그 30일의 모습을 모두 아는 우리는 이 초승달만 보아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막아선 저 공간까지 파악을 한다. 아직 달의 전체를 못 본 이들은 달의 모습이 저 초승달이라고만 믿겠지. 하지만 얘야 아니란다. 그 많은 모습 중의 하나란다. 정여사의 영혼의 달은 부지런히 모습 바꾸기를 시연하고 있다. 정여사의 영혼 전부를 사랑한다. 어떤 모습이어도 그 어느 시기를 지나고 .. 2023. 4. 1.
시작하는 오늘의 첫 단어: 하늘에 계신...하늘을 우러러... [시작하는 오늘의 첫 단어: 하늘에 계신... 하늘을 우러러...]정여사를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그녀의 방을 청소 겸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내 방이 더 조용하기는 하나, 정여사와 아직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어서 그녀의 방에서 자기로 결정한다. 정여사와 다시 집으로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기가 나의 침실이 될 확률이 높겠다. 이 방도 매우 아늑하고 조용하다.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자기 전에는 문명의 빛이나 달 빛 별 빚을 차단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려면 거실로 나가면 되니까, 밤에는 완벽한 어둠을 소망한다. 창을 적절히 가렸지만 아침은 늘 찬란한 빛이 스며든다. 그리고 매일 정여사의 방에서 깨어난 아침에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둘 중의 하나이다. "하늘에 .. 2023. 4. 1.
다른 빛깔의 효도: 전화걸기와 전화받기 [다른 빛깔의 효도: 전화걸기와 전화받기] 정여사는 스마트폰의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금이 아니라도 크게 전화를 자주 하는 분이 아니다. 폴더폰 시절에는 주기적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당신 자신의 언니 오빠 올케들에게 전화하시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이 다 떠난 지금엔 전화할 일도 없는 데다가 전화기 사용법이 바뀐 세상에서 더더욱 전화할 일이 없어졌다. 요양병원에서 전화받기가 그녀의 일과다. 전설은 매일 아침의 문안인사 끝에 항상 보고 싶을 때 전화하라고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을 안다. 지금은 전화 걸기가 효도의 한 방법이다. 전화 통화가 우리가 마음을 주고받는 통로이다. 친구는 그 반대이다. 이 친구에게는 전화 걸기라기보다는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받기"가 효도가 되고 있다. 이 친구의 엄마는 젊어..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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