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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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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110

정여사의 하루는 모닝 콜로 시작되는 것일까? [정여사의 하루는 모닝 콜로 시작되는 것일까?] 정여사가 입원한 날로부터 매일 출근 전 아침 전화를 한다. 모닝콜은 깨우는 것이 목적이지만 나의 아침 전화는 그날의 안부 인사였다. 밤새 불편은 없었는지 아침식사는 잘하셨는지를 여쭙고 수다와 잡담이 등장한다. 그러고 나서 출근하면 하루가 상쾌하다. 그 이후의 전화는 무슨 내용이라도 상관없는 무료한 침상 생활의 일탈이 되겠다. 아침 전화 즉 모닝 콜은 정여사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병원을 벗어나는, 몸은 정박해 있어도 영혼은 벗어날 수 있는 통로였을까? 아침과 간헐적으로 걸려오는 그 이후의 전화들이 다 그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100일을 아침마다 전화를 드리다가 4월부터 작전을 바꾸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전화를 안 해보기로. 아침의 딱 그 시간이 아니라 .. 2023. 5. 25.
어버이날 카네이션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을 좋아하는 정여사는 카네이션도 말라서 둘 수 없을 때까지 눈으로 즐기시는 분이다. 한 송이 달랑 사면 오히려 빨리 시들까 봐 흙에 심겨 있는 카네이션을 샀다. 서 너 개는 만개하고 서 너 개는 반쯤 개화한 나머지 대여섯 개는 아직 봉우리인 것을 샀다. 한 일주일 이상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작은 화분형 카네이션을 샀다. 단기기억이 되지 않는 정여사가 볼 때마다 알 수 있게 커다랗게 글도 써서 부친다. 아뿔싸 사고나서 문득 의문이 든다. 병원은 위생상의 문제로 화분에 꽂거나 스펀지 위에 꽂힌 것만 반입을 하고 화분형은 흙이 있어서 아예 반입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다면 개인공간에 두어 둘 수 있다는 말에 반가웠다. 이주일이 지나고, 이제 꽃.. 2023. 5. 19.
반가운 정여사: 연애 수준인 병원 면회 현장 [반가운 정여사: 연애 수준인 병원 면회 현장] 요양병원 면회는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극성일 시절에는 면회가 안되고 되더라도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비대면 면회에서는 칸 막이를 사이에 두고 얼굴만 본다고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스크 착용만 하면 대면으로 진행이 된다. 아직 요양병원등의 취약지구는 마스크 해제가 되지 않았다. 정여사를 면회를 해야 하는데 국가 시책에 적극 동참하다 보니 회사에서 외출이 불가했다. 하여 면회를 1회를 걸렀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정여사를 만났다. 정여사는 단기 기억 장애가 있는 것이 확실하니, 일주일 전인지 하루 전인지 스스로 애매할 수도 있다. 정신이 멀쩡한 방문자인 나만 면회 걸렀다는 것을 기억할 뿐인 상태다. 10분간 주어.. 2023. 5. 19.
기다릴게: 생전 처음으로 [기다릴게: 생전 처음으로] 평생 그 말을 해 보았을까? 우리 정여사는. 평생 그 말을 들어보지 않았다는 나의 기억. 정여사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다정하지는 않다. 다정한 말, 뻔하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감정은 결코 내보이는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감정은 보여도 마음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인데 우리 정여사는 그 반대였다. 내가 여행을 갔다가 올 때쯤 전화를 하면, 그래 천천히 오너라!라는 표현은 하였다. 심지어 장거리 여행에 한 달 이상을 여행을 다녀도, 즐겁게 신나게 돌아다녀라!라는 말은 했지만, 걱정하는 말이나 기다리니 어서 오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 2023. 4. 26.
꾀병도 정말 아파 [꾀병도 정말 아파] 따르릉. 앗!!!! 정여사다. 엄마가 아픈데... 어디가 제일 불편해요? 온 전신이 아픈데, 두통도 있고 전신이 아파. 두통은 딱 정할 수 있고, 다른 데 아픈 데는 정할 수는 없는 거네요? 응. 다른 데는 그냥 몸 전체가 아파.....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멋 적어서 하는 말이었을까.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다. 정말 어딘가 아픈데 호소할 때가 없어서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를 부르거나 호출벨을 사용하시면 되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다. 친절하지 않았을까? 벨이 멀리 있어서 손이 안 닿았을까. 혹시나 싶어서 간호사실에 부탁한다. 혈압 점검 해 달라고 그리고 전신이 아프다는데 몸살인지 살펴주시오. 즉각 조치로 두 어.. 2023. 4. 18.
정여사의 재산인 우리 집 장독 [정여사의 재산인 우리 집 장독] 파는 것도 많지만 면으로 만들어서 고무줄을 팅구어 고정하는 것이 장이 숨 쉬기에는 제일 좋다는 정여사의 말씀. 오늘 장을 살펴보다가 누더기처럼 겹쳐서 이불 실로 대충대충 기운 포가 너무 정겹다. 정여사의 생각도 난다. 바느질을 꼼꼼하게 박음질로 해도 될 것을 시침으로 해 놓은 포. 자세히 보니 시침질이라기보다는 박음질을 촘촘하지 않게 성기게 해 놓았구나. 장을 담은 지는 5년은 넘은 듯하다. 이제 남은 장은 이 장독의 2분의 1. 간장은 2리터 페트병에 3병이다. 이사 오면서 간장은 페트병에 담았는데, 아직 장독에 다시 붇질 않았다. 단지 숨은 쉬도록 뚜껑을 좀 열어 두었다. 이 장을 정여사가 직접 담그시면서 "마지막 장 담그기 일 지도 몰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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