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알람시계 겸 라디오]
정여사의 집에는 알람시계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벽에 가로 50 세로 80cm 정도 되는 벽시계를 전선으로 연결을 해서 아침 6시면 동네가 떠나갈 듯 굉음을 내도록 알람을 알리는 벽계를 아들은 개조해 주었다. 아파트도 아니었고 길 가 집이라 다른 집에 소음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굉음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어쩌면 옆집에도 들렸을까? 손재주가 많은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사 온 알람시계가 이 디지털 기계이다. 40년도 넘은 이 디지털 라디오는, 라디오로서도 디지털이라 놀라웠다. AM/FM 라디오가 깨끗하게 나왔다. 알람 설정이 가능했다. 또한 밤과 낮에는 디지털의 빛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었다.
정여사에게는 보물같은 기계였다. 라디오로서의 역할은 집에 TV가 생기면서 역할을 벌써 잃었지만, 시계를 알려주고 알람 기능을 해주는 것으로 오랫동안 우리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밤에 보이는 시계의 기능은 정여사 평생의 고마움이었다. 그래서 정여사가 최후의 순간까지 시간과 계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였을 게다.
40년을 함께 하여, 빛도 바래고 때도 먹었다. 시간을 조정하는 버턴이 고장이 나서 정전이 한번 일어나면 시간을 수정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렇지만 언제나 정여사의 방에서 정여사에게 시간을 고지해 주던 고마운 디지털시계.
사드린 아들도, 애용하던 정여사도 하늘 나라로 거주지를 옮겼다. 하여, 이 오랜 친구도 함께 보낸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면서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 간다. [플러스] 옆에 서 있는 인형은 햇빛이 들어오면 태양광을 전력으로 좌우로 흔들어대는 인형이다. 예전 직장에서 사장 사모가 집에 정여사 친구 되라고 준 인형이다. 이 인형도 10년은 되었겠다. 정여사와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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