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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힘: 자연사는 고뇌의 결과물

by 전설s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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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힘: 자연사는 고뇌의 결과물]

 

우리 집안 선산에 처음 가 보았다. 매년 11월 세째주 일요일이다. 엄마 장례를 계기로 묘제에 참가했다.



생전에 정여사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선친 기일쯤이나 드라마를 보다가, 정여사 사후에 장례 치를 일, 상조회사 가입하는 일, 화장, 묘지 설정 등등과 더불어 빼놓지 않았던 것이 사전연명의료에 대한 정여사의 의견이었다. 종교가 없이 자신의  심성을 믿으며 살았고 자식들을 키웠던  정여사는 죽음도 자연의 일부로 자연스레 생각하셨다. 모든 장례절차의 형식을 다 아셨지만, 실행할 자식들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다.

원칙은 이러한데, 이제 세상은 바뀌어가고 있고, 매사에 너희들이 적절하게 대처하라. 마음이 중요하다.

연명의료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누었고,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러 가려했으나 이동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하던 차에, 작년에 온병원 입원 시에 담당의에게 일단 고지를 하였다. 담당의는 그 상담 기관이 병원에 있다고 상담을 권했으나, 우리는 입원하는 동안 상담할 일정을 잡지 못했다.

그 의향서는 결국 요양병원 입원 시에 작성이 되었는데,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여 자식들의 의논하여 동의하였다.

적극적인 연명 치료 4가지는 하지 않고 간접적이고 약한 연명치료는 할 수도 있다는 동의서. 그 덕분으로 정여사는 5일 만에 큰 고생 없이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 5일 중  첫째 날 승압제 들어가고, 둘째 날 정맥영양제 신청, 셋째 날 시작, 넷째 날 아들 상봉. 다섯째 날 의식 혼미 그리고 하늘나라.

정맥영양제로 버티셔서 아들을 만났을까? 정맥영양제 때문에 장기들에 더 부하가 걸렸을까? 이 두 가지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다만, 내가 깨달은 것은 정여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아들이 서울서  올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 장기에 부하가 걸려도...

병원에서는 약속대로 아주 소극적인 연명을 하게 하면서 작별할 시간을 주었다. 사전연명치료에 대한 의향서가 없었다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의사도 환자 보호자도 그 선택을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인지상정이지 않은가.  설사 의향서를  썼더라도 자식들이 그 마지막 끈을 놓기가 쉽지 않다.

가족들을 다독여 그 지점에서 우리가 담대함을 보여야 정여사가 자연스럽게 자연사에 가깝게 가실 수 있다는 것을 올해에 몇 번을 숙지하게 했다.  아니 내가 다짐 다짐 또 다짐했다. 마지막 결정권 자는 내가 될 것이니.


아파야 미련 없이 떠난다.
갈 만한 나이가 되었다.
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던 정여사.

정여사의 의지가 얼마나 개입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부단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여사도 갑자기 당하셨을지도 모른다. 사망진단서에는 심부전이 그 원인이다.

정여사가 60대에 최초로 회사에서 정기검진을 했을 때, 심비대가 의심되니 추적검사를 하라는 조언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30년 전의 일인데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을 보는 순간, 기억이 났다. 최초의 그 질환으로 정여사는 생을 마감한다. 그것이 가장 약한 고리였을까.
 
정여사를 요양병원에 모실 때 결심한 대로, 자연스럽게 가실 수 있게 매우 매우 나도 노력했음을 정여사도 아시리라 믿는다. 나도 정여사의 의견을 존중했고 정여사도 미리 단속시켰다. 다 먹는 것이나 먹는 행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88세에 돌아가시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나이가 85세이다. 85세 이후엔 간헐적 기억들만이 있었다. 80세가 넘었으면 충분히 살았다는 정여사. 언제 가도 좋다는. 아파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는.

고운 정여사.
씩씩한 정여사.
한없이 자애롭고 지혜로웠던 정여사.

늘 하시던 말씀 대로
세상을 버리셨다. 당당하게.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에 관한 대화는 마지막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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