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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연착없이 정시에 도착한 정여사의 선물

by 전설s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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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한 정여사의 선물]

정여사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


정여사가 혈압 강하로 인하여 승압제를 투여받는 가운데에서 그 4일째 되는 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아들을 만났다.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지령받은 아들과 살아서 자식들을 보고 이승을 떠나야겠다는 염원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의식이 비교적 정상일 때 이별 준비를 했다.

딸과는 혈압 강하의 그날부터 예비된 죽음을 두고 대화를 한다. 마지막 날에는 짧은 첫인사를 나누고, 2시간 반 정도에 걸쳐서 그녀의 의식이 흐려져 갔다. 딸은 그 옆에 앉아 독백 같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돌이길 수는 없구나. 혈압강하 승압제 사용 염증 수치 증가 그리고 저혈당.

길러줘서 고마웠고. 씩씩하셨고.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였다는 것을 속삭였다. 요양병원에서 2번의 고비가 있었다. 먹지를 못해서 기력이 소진되고 당 부족으로 뇌의 혼미함이 있었다. 그때도 이제 가시려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8월의 2번째 이후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엄마랑 엄마의 삶 전체에 대해서 에피소드별로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다. 그때부터 2달간의  이별 준비, 아니 어쩌면 2월부터, 아니 어쩌면 요양병원 입원 시부터 나는 엄마를 오빠와 아버지 곁으로 보내 드릴 준비를 했는지도 모른다.

땅에 머물면 딸과 아들 손주와 며느리가 있고, 저승에 가면 보고 싶은 큰 아들과 남편, 고향에서 엄마를 사랑해 주던 오빠들도 있다. 이승이건 저승이건 편하신 대로 택하시라. 저승길이 무서우신가? 조금만 용기를 내서 발 디디면 보고 싶은 큰 아들이 손 내밀어 맞이할 것이니 두려워 말고 떠나시라. 딸을 걱정 마시라 씩씩하게 살다 가겠다. 사랑하는 아들 만나서 자리 잡고 계시라. 우리도 조금만 더 살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다시 가겠다. 용기를 내어 무서워 말고 두려워말고 떠나시라.

정여사는 떠났다.
5일간의 중환자실.
혈압강하로 승압제 투여.
급성 염증으로 항생제 투여.
염증 악화
저혈당 쇼크 후 점점 의식을 잃어...

사망선고를 받은 시각부터 화장하는 시각까지 바빴다. 바빠서 울 시간이 없었다. 처리해야 할 일과 조문객과의 만남과 설명. 잘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슬픔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올 것은 결국 온다. 그런데 슬픔은 정시에 도착하지 않았다. 아직도.

오히려 슬픔보다 먼저 정시에 도착한 것이 있었다. 안도감과 마음의 평화였다.  단기기억장애라는 것으로부터 정여사가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을 나는 안다. 누군가 면회를 오면 항상 나도 함께 오는 것인가를 챙겼다. 내가 기억 장애를 커버해 주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이었다. 그런 불편함 외에 정여사가 통증이라도 있었으면 보호하는 나도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지만 다행히 두통 요통 근육통 등이 없었다. 기력만 소진.

5일 동안 신우염으로 허리통증이 있었는데, 정여사의 체력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징후로 볼 때, 떠나실 것이면 통증이 더 하지 않을 때, 조금만 고생하고 떠나시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정여사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저승을 택한다. 그렇게 바삐 가야 할 저승길이 아님에도 급히 길을 떠나신다. 최후의 순간까지 현명하신 엄마. 그녀를 위해 나를 위해 미련 없이 가신다. 딱 5일 만에.

안도감. 통증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안도감. 코마 상태로 머문 시간이 없었다는  안도감. 어쩌면 갈림길에서 정여사가 저승길을 택하는 결단을 하셨을 것이라는 짐작. 어쩌면 요양병원에서 각성한 시점부터 엄마는 곡기를 스스로 줄이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한다. 밥이건 죽이건 밥 반공기 이상을 드시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연명만.

큰오빠의 3일장은 72시간이 아니었다. 번갯불에 콩을 볶을 시간만큼 짧았다. 우리는 1년 만에 치르는 장례에서, 아버지 집안의 마지막 어른이고, 어머니 집안의 며느리 빼고 마지막 어른이 가시는 길이니 애도를 좀 적당하게 느긋하게 하기로 결정한다.

잘한 결정이었다. 넓은 공간에서 조문객을 맞고, 한가한 시간에는 손주들과 며느리 딸들이 할머니에 관한 에피소드를 더듬어며 추모했다. 정여사뿐만 아니라 작년에 먼저 간 큰 아들도 정여사와 얽힌 사연이 많아서, 추모 기간 동안 정여사와 큰 아들을 소환하여 다시 애도의 기회를 가졌다.

참으로 행복한 4일장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합장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마음의 평화가 온다. 안도감과 평화. 정여사는 적절한 시간에 훌륭한 선물을 주신다.

슬픔은 뭐가 바쁜 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올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정여사님!!!
훨훨
몸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
자유로운 영혼으로
날아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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