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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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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110

아침 단장이 취미였던 정여사 [아침 단장이 취미였던 정여사] [아앙의 전설]을 보는데 꼬맹이들의 대화가 이렇다. 엄마가 죽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 괴롭고 정신이 흩어지지만, 엄마가 좋아했던 일이나 즐겨했던 일을 하던 엄마를 떠올리면 행복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그 집중력으로 꼬맹이는 물을 다룰 능력의 물꼬를 튼다. 아침에 기상하여 정여사 방에 가서 잘 주무셨는가를 살피러 가면 정여사는 항상 왼손으로 손거울을 들고서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매만지고 귀 뒤고 머릴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기상 시간이 일정한데, 정여사는 항상 앉아서 아침 인사하는 나를 맞으셨다. 어느 날, 여쭤보았다. 출근도 안 하시고 맨날 노는 분이 맨날 일찍 일어나 이렇게 단장을 하십니까? 딸이 엄마랑 살려고 돈 벌러 가는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아침상을 내가 차리.. 2024. 2. 24.
정여사가 살았던 방: 참 다행이야 [정여사가 살았던 방: 참 다행이야] 방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큰 TV. TV를 올렸던 장식장. 그 긴 장식장의 왼쪽은 음악 듣기용 정여사가 사랑하는 CD/usb겸용 플레이어. 중간과 오른쪽은 스탠드 TV. 그 옆으로 작은 탁자에 작은 나무들. 지금 나무들은 거실로 이사했다. TV위쪽 벽면으로 큰아들 작은아들 결혼사진, 정여사 본인의 결혼사진과 정여사 동생의 결혼사진을 놓아, 높은 인구밀도로 기억해야 할 사람들을 사진곽에 넣어 걸어 놓았다. 그 가장 중앙에 아날로그시계가 있다. 침대에 걸터앉으면 정면에 보이는 정여사의 세계다. 그리고 오른쪽 벽면에 붙박이장. 얼마 만에 가져 본 자신만의 옷장이었던가. 이사해서 옷을 걸어 드리니 참으로 좋아하셨네라. 정여사가 요양병원으로 가시고, 나는 정여사방에서 잤다. .. 2024. 1. 17.
호접란, 생각보다 오래 머무네. [호접란, 생각보다 오래 머무네] 화초는 절대로 나와 동행하기가 어려웠다. 정여사가 꽃나무 그리고 동물을 사랑해서 집에 들이어 놓으면 잘 지내다가 내 방에 오면 시드는 것을 많이 보아 온 터라 화초 선물을 받으면 늘 노심초사이다. 23년 4월 말에 조카가 정여사 방문 때 가져온 화초도 집에서 두어 달 만에 시들기에 회사로 자리를 옮겼더니 새로 살아났다. 23년 11월 초에 집으로 온 호접란. 나는 집으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혼자 들 수도 옮기기도 난망한 사이즈가 한 이유였고, 또 다른 이유는 저토록 이쁘면 뭐 하나 집에 가면 또 시들시들할 텐데... 심리적 압박. 원래 잠시 피었다 가는 꽃이니 부담 없이 질 때까지만 보라고 한다. 그래서 왕조카가 번쩍 들어서 집에 모셔두고 갔다. 3개월 째인데, 내가.. 2024. 1. 15.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어는 날부터 정여사가 전화를 먼저 거는 것을 꺼려했다. 수다쟁이는 결단코 아니었지만 때 되면 자기 손 윗사람이나 궁금한 후손들에게 전화를 날리시던 정여사!!! 그것이 단기억장애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함께 사는 동거자인 나 이외의 사람과의 소통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동거자인 내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채었다. 자존심 강한 정여사는 그 기억 장애의 불편함을 나에게조차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정여사의 자존심을 지켜드렸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하더라도 오늘 처음 아니 생전 처음 알려드리는 것처럼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화기를 없앨 수는 없었다. 집 전화가 쓸모가 없어서 없앤 지도 꽤 오래되었으니, 소통을 하자면 개인폰이 있어야 했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2024. 1. 8.
23년 동짓날의 추억 만들기 : 가신 지 49일째 [23년 동짓날의 추억 만들기: 가신 지 49일째] 영하 8도. 12월 22일.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 우리는 정여사를 추억하며 다시 만난다. 정여사는 무교다. 한 번도 종교에 귀의한 적이 없다. 친구 따라 교회도 성당도 절에도 신앙심을 위해 간 적이 없다. 정여사의 자녀들은 친구 따라 강남/종교시설을 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귀의한 종교가 없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 정여사 가신 지 49일 되는 오늘은 나름 기념을 하기로 한다. 형식이 그 무엇이건 간에 그녀를 다시 추모하고 윤회의 사슬을 끊기를 소망해 주고자 한다. 윤회를 끊기 힘들다면 현생보다 나은 삶을 소망해 드린다. 우리 정여사 정도면, 윤회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우리 자식들의 평가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2023. 12. 22.
수선 여왕 정여사: 수선 거리를 그대 품안에 [수선 여왕 정여사: 수선거리를 그대 품 안에]정여사는 두려움이 없었다. 뭔가 고장이 나거나 수선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대책을 세우고 순식간에 일처리를 하셨다. 말이 나오면 바로 실행을 하고 있는 분이셨다. 그 점이 나와 가장 다른 측면이었다. 나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다시 생각을 하고 실행하는 반면, 정여사는 생각과 실행 사이에 시간의 간극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적확했다. 제사를 지낼 때 병풍을 세우는데, 제사 상이 혼자 옮기기 번거로운 큰 상이라 펼치고 정리하는 사이에 몇 번을 모서리로 병풍을 찧었다. 움푹 들어가서 보기가 상그러운데, 새로 구매를 하기엔 아깝고, 그냥 보기엔 난감한 그런 상처들. 정여사는 "조심 좀 하지"라는 야단도 할 법한데 일체 말씀이 없으셨다. 질책이 없었다. ..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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