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by 전설s 2024. 1. 8.
반응형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21일 인출예정일. 22일이 49재. 정리잘하고 가셨네.



어는 날부터 정여사가 전화를 먼저 거는 것을  꺼려했다. 수다쟁이는 결단코 아니었지만 때 되면 자기 손 윗사람이나 궁금한 후손들에게 전화를 날리시던 정여사!!!

그것이 단기억장애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함께 사는 동거자인 나 이외의 사람과의 소통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동거자인 내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채었다. 자존심 강한 정여사는 그 기억 장애의 불편함을 나에게조차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정여사의 자존심을 지켜드렸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하더라도 오늘 처음 아니 생전 처음 알려드리는 것처럼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화기를 없앨 수는 없었다. 집 전화가 쓸모가 없어서 없앤 지도 꽤 오래되었으니, 소통을 하자면 개인폰이 있어야 했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지내실 동안에는 정여사와 나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다. 정여사로서는 세계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가 왔다. 해지 신고를 하니 정산이 바로 되지 않았다. 다음 달 청구일에 정산이 되어 날아왔다.

맞습니다.
그녀는 갔습니다.
해지가 맞습니다. 맞고요.

이렇게 정여사와 다시 한번 이별을 한다. 기다려 주세요 또 만나요 엄마!!!


제울 오래 쓴 기종이다. 마지막 전화기는 스마트폰. 할머니에겐 이 폴더폰이 더 편리 했을듯.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