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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124

그리운 복장 검열사!!! 우리 정여사!!! [그리운 복장 검열사!!! 우리 정여사!!!]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이면 늘 우리 정여사가 생각이 난다. 출근룩을 완성하고 나만 늘 그녀 앞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완성된 옷차림을 보는 것은 그녀의 취미였고 한 바퀴 돌아야 하는 나는 그것이 절대로 싫지 않았다. 참견 같은 관심이 참 좋았다. 새 옷을 사서 착복식을 하거나, 아침에 뭔가 옷들이 어울리지 않을 때, 정여사는 늘 나를 위해 선택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항상 옳았다. 오늘 외출에서는 아!!! 2프로 부족함을 느끼면서 그냥 집을 나선다. 그녀의 눈길이 참견이 관심이 그리운 순간이다. 2024. 4. 20.
정여사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정여사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봄바람이 불어오니 봄 나들이 생각을 한다. 우리 정여사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젊었을 때에는 자식들을 건사하느라 휴가라는 것을 누리지 못했다. 나이 들어서는 허리가 고장 나는 바람에 또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외국여행은 한 적도 없다. 여권을 만들어 드린 기억이 없다. 그나마 젊었을 때에 친구분들이랑 제주도는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비행기를 탔는지 배를 탔었는지 너무 어려서 기억이 없다. 다만 사진에 그런 기록이 있어 알고 있다. 1박 2일의 기차 여행을 매달 8년 정도를 하신 것이 우리 정여사의 여행의 시작과 끝이 아니었을까. 서울 아들네에서 손주 둘을 돌봐주다가 고향의 병원에서 한 달 분씩 고혈압 약을 타 갔던 시절. 서울에서도 약을 탈 수 있었는데, .. 2024. 3. 19.
아침 단장이 취미였던 정여사 [아침 단장이 취미였던 정여사] [아앙의 전설]을 보는데 꼬맹이들의 대화가 이렇다. 엄마가 죽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 괴롭고 정신이 흩어지지만, 엄마가 좋아했던 일이나 즐겨했던 일을 하던 엄마를 떠올리면 행복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그 집중력으로 꼬맹이는 물을 다룰 능력의 물꼬를 튼다. 아침에 기상하여 정여사 방에 가서 잘 주무셨는가를 살피러 가면 정여사는 항상 왼손으로 손거울을 들고서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매만지고 귀 뒤고 머릴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기상 시간이 일정한데, 정여사는 항상 앉아서 아침 인사하는 나를 맞으셨다. 어느 날, 여쭤보았다. 출근도 안 하시고 맨날 노는 분이 맨날 일찍 일어나 이렇게 단장을 하십니까? 딸이 엄마랑 살려고 돈 벌러 가는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아침상을 내가 차리.. 2024. 2. 24.
정여사가 살았던 방: 참 다행이야 [정여사가 살았던 방: 참 다행이야] 방에 어울리지 않게 무척 큰 TV. TV를 올렸던 장식장. 그 긴 장식장의 왼쪽은 음악 듣기용 정여사가 사랑하는 CD/usb겸용 플레이어. 중간과 오른쪽은 스탠드 TV. 그 옆으로 작은 탁자에 작은 나무들. 지금 나무들은 거실로 이사했다. TV위쪽 벽면으로 큰아들 작은아들 결혼사진, 정여사 본인의 결혼사진과 정여사 동생의 결혼사진을 놓아, 높은 인구밀도로 기억해야 할 사람들을 사진곽에 넣어 걸어 놓았다. 그 가장 중앙에 아날로그시계가 있다. 침대에 걸터앉으면 정면에 보이는 정여사의 세계다. 그리고 오른쪽 벽면에 붙박이장. 얼마 만에 가져 본 자신만의 옷장이었던가. 이사해서 옷을 걸어 드리니 참으로 좋아하셨네라. 정여사가 요양병원으로 가시고, 나는 정여사방에서 잤다. .. 2024. 1. 17.
호접란, 생각보다 오래 머무네. [호접란, 생각보다 오래 머무네] 화초는 절대로 나와 동행하기가 어려웠다. 정여사가 꽃나무 그리고 동물을 사랑해서 집에 들이어 놓으면 잘 지내다가 내 방에 오면 시드는 것을 많이 보아 온 터라 화초 선물을 받으면 늘 노심초사이다. 23년 4월 말에 조카가 정여사 방문 때 가져온 화초도 집에서 두어 달 만에 시들기에 회사로 자리를 옮겼더니 새로 살아났다. 23년 11월 초에 집으로 온 호접란. 나는 집으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혼자 들 수도 옮기기도 난망한 사이즈가 한 이유였고, 또 다른 이유는 저토록 이쁘면 뭐 하나 집에 가면 또 시들시들할 텐데... 심리적 압박. 원래 잠시 피었다 가는 꽃이니 부담 없이 질 때까지만 보라고 한다. 그래서 왕조카가 번쩍 들어서 집에 모셔두고 갔다. 3개월 째인데, 내가.. 2024. 1. 15.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정여사의 마지막 전화비 청구서] 어는 날부터 정여사가 전화를 먼저 거는 것을 꺼려했다. 수다쟁이는 결단코 아니었지만 때 되면 자기 손 윗사람이나 궁금한 후손들에게 전화를 날리시던 정여사!!! 그것이 단기억장애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함께 사는 동거자인 나 이외의 사람과의 소통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동거자인 내가 가장 먼저 눈치를 채었다. 자존심 강한 정여사는 그 기억 장애의 불편함을 나에게조차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정여사의 자존심을 지켜드렸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하더라도 오늘 처음 아니 생전 처음 알려드리는 것처럼 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화기를 없앨 수는 없었다. 집 전화가 쓸모가 없어서 없앤 지도 꽤 오래되었으니, 소통을 하자면 개인폰이 있어야 했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마지막..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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