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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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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우리 정여사110

연착없이 정시에 도착한 정여사의 선물 [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한 정여사의 선물] 정여사가 혈압 강하로 인하여 승압제를 투여받는 가운데에서 그 4일째 되는 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아들을 만났다. 오늘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지령받은 아들과 살아서 자식들을 보고 이승을 떠나야겠다는 염원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의식이 비교적 정상일 때 이별 준비를 했다. 딸과는 혈압 강하의 그날부터 예비된 죽음을 두고 대화를 한다. 마지막 날에는 짧은 첫인사를 나누고, 2시간 반 정도에 걸쳐서 그녀의 의식이 흐려져 갔다. 딸은 그 옆에 앉아 독백 같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돌이길 수는 없구나. 혈압강하 승압제 사용 염증 수치 증가 그리고 저혈당. 길러줘서 고마웠고. 씩씩하셨고.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였다는 것을 속삭였다. 요양병원에서 2번.. 2023. 11. 9.
정여사가 준 추석선물 [정여사가 준 추석 선물] 3번의 고비가 있었다. 10여 년 전에 그녀는 죽음의 문턱을 만났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디론가로 가고 있는데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에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첫 번째 부활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그간 저축해 놓았던 근육과 내장지방 그리고 피하지방까지 소진하고서 겨우 생명을 이어가셨다. 제법 넉넉했던 정여사가 홀쭉해져서 다시 살아났다. 6개월을 연명했는데, 8월엔 다시 식사를 단 하루 3끼를 못했다는데 피골이 상접했고. 의식도 흐리고.. 다행히 7월 말부터 음식이나 음료를 면회 시에 마실 수 있게 되어 내 방식대로 병원이 하지 않는 일을 해서 정여사를 다시 돌려놓았다. 회생이 목적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정여사는 돌아왔다. 웰컴 맘!.. 2023. 9. 28.
여운을 사랑하는 정여사: 트롯보다 좋은 딸과의 기억 [여운을 사랑하는 정여사: 트롯보다 좋은 딸과의 기억] 정여사의 세계에서 TV는 친구이다. 늘 만나고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든 여행지를 소개하며 세상을 열어주는 친구이다. 현실에서 수다를 나누는 일도 좋아했지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그녀는 TV를 친구 삼았다. 그러다가 별 일이 있으면 나를 불러 세우고 문제점을 논한다. 방속국에 전화해라 저런 점은 애들이 보는 시간에 방영을 하면 안 된다 해라. 뉴스를 보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물어보신다. 그런 정여사가 그것도 지겨울 때면, 음악을 켜신다. 음악만 들을 때도 있고 들으면서 바느질을 하실 때도 있다. 바느질을 하실 때는 음악이 틀어져 있기도 하고, TV가 틀어져 있기도 한다. 조용히 따라 부르고 있는 날도 많다. 흥이 많으신 분이라 그렇다.. 2023. 8. 29.
엄마 미안해!! : 면회실과 다른 분위기의 정여사 [엄마 미안해!! : 면회실과 다른 분위기의 정여사] 코로나로 인하여 방문과 면회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처음에는 매일 면회를 조건으로 입원실을 알아보았는데, 코로나 시절에 그것은 안될 말이었고, 그나마 합의를 본 것이 주 2회 월요일과 목요일의 각 10분이 선택되었다. 마비도 왔었고 소변줄도 있어서 낯선 환경에 적응을 도우려면 매일 와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조건이 그렇지 아니하니 주 2일로 모든 것을 커버해야 했다. 아직 방문과 면회가 자유롭지 않다. 다른 모든 곳은 마스크도 풀고 다 풀렸는데, 취약 지역인 요양병원은 아직 면회 전에 코로나 자가 테스트를 해야 하고 방문 시간도 지켜야 한다. 다만 7월 20일부터 면회 시간의 선택 폭이 늘어났다. 획기적인 것은 면회실의 변화이다. 코로나 초기에.. 2023. 7. 27.
원피스가 너무 짧아!!!!: 고치고 싶은 정여사 [원피스가 너무 짧아!!!!: 고치고 싶은 정여사] 좋은 기억들 많이 쌓으며 살아야겠다. 좋은 기술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 좋은 취미도 하나 쯤 익혀 두면 좋겠다. 잘하는 전문 능력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퇴직 후에도 남은 날들이 더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배우려는 자세라도 있으면 남은 날들이 더 알찰지도 모르겠다. 꼭 알차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여사는 분명히 단기 기억 장애가 있음에도 기억하는 것이 있다. 관심이 있는 것. 혹은 강렬함을 준 것. 물론 오래 기억할 수 없지만, 점심 메뉴를 물어보면 깡그리 기억에 없음에도 여전히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여사를 만나러 병원에 가는 날은 정여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옷을 고른다. 이왕이면 그날은 정여사가 좋아.. 2023. 7. 7.
치매와 동행하지만 아직 정여사 다움을 유지하다 [치매와 동행하지만 아직 정여사 다움을 유지하다] 섬세함도 잃지 않았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갇히지도 않았다. 미래를 위한 계획도 없다. 그런데 단기기억은 일절 없다. 그런데도 전정엽은 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중에 문득 특별한 사유도 없이 필름이 끊기는 모양이다.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혼자서 멍하니 혹은 생각이라는 것을 하다가 기억의 길을, 생각의 길을 잃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모양이다. 만양게 정여사가 걸을 다닐 정도이면, 이쯤에서 길을 잃거나, 넘어져사 다치거나 하는 일이 발생이 될 것이고, 그녀는 이제 팔찌나 목걸이에 연락처를 새기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병원에 계시고 와병 생활 중이시니 그런 위험은 없다. 필름이 끊기면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어떻게 하여야 할 지에..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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