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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23년 동짓날의 추억 만들기 : 가신 지 49일째

by 전설s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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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동짓날의 추억 만들기: 가신 지 49일째]

파란색과 녹색을 좋아했지만, 꽃분홍은 사랑했던 그녀가 있는 곳을 보며. 나의 덕다운.



영하 8도. 12월 22일.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 우리는 정여사를 추억하며 다시 만난다. 정여사는 무교다.  한 번도 종교에 귀의한 적이 없다. 친구 따라 교회도 성당도 절에도 신앙심을 위해 간 적이 없다. 정여사의 자녀들은 친구 따라 강남/종교시설을 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귀의한 종교가 없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 정여사 가신 지 49일 되는 오늘은 나름 기념을 하기로 한다. 형식이 그 무엇이건 간에 그녀를 다시 추모하고 윤회의 사슬을 끊기를 소망해 주고자 한다. 윤회를 끊기 힘들다면 현생보다 나은 삶을 소망해 드린다.

우리 정여사 정도면, 윤회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우리 자식들의 평가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우리와 함께 한 현생의 삶이 어떠했을지 모르겠다. 번민을 드러내는 분이 아니셨으니. 없어서이기도 하고 수용해서이기도 하고, 어쩌면 어린 우리들에게 말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그 심연.

천국이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할 사람이지만, 천 국지킴이가 뭔가 2프로 부족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 2프로는 거기서 채우시기를.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한파처럼 추위가 왔다. 정여사가 끓여주던 동주 팥죽도 기억이 난다. 쌀을 집에서 불려서 방앗간 가서 빻아와서 새알을 만들던 기억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해마다 먹다가 새 알을 사 와서 끓이다가 결국에는 정여사가 늘 가던 재래시장의 오랜 죽 집에서 사 와서 먹기까지. 긴 세월의 경험이다. 정여사는 팥죽을 좋아했다. 선친은 녹두죽을 좋아했다. 녹두죽 삶아서 껍질을 채에서 발라내던 모습. 새알 빗던 모습. 청말 사랑스러운 아내요 엄마였던 사람. 우리 정여사!!!

올해 제일 추운 날.
밤이 제일 긴 동짓날.
싸늘하기 그지없는데 햇살은 너무 좋은 날.
우리 잊지 말고.
이생에서의 좋은 기억들 한 아름 안고서.

온 우주를 여행하세요.
이미 여행 중인 사람들도 만나서 따스함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지구에도 가끔 소식 전해주세요.

우주에도 계시고, 우리 마음에, 내 가슴에 영원히 살아계실 나의 어머니여!!! 이제 저의 회고록을 쓸 때 소환할게요. 엄마마저  까맣게 잊고 새로 20년을 시작해 볼게요. 안녕!!! 또 안녕!!!

오늘 동지의 날씨이며 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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