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story 우리 정여사124 시작하는 오늘의 첫 단어: 하늘에 계신...하늘을 우러러... [시작하는 오늘의 첫 단어: 하늘에 계신... 하늘을 우러러...]정여사를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그녀의 방을 청소 겸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내 방이 더 조용하기는 하나, 정여사와 아직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어서 그녀의 방에서 자기로 결정한다. 정여사와 다시 집으로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기가 나의 침실이 될 확률이 높겠다. 이 방도 매우 아늑하고 조용하다.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자기 전에는 문명의 빛이나 달 빛 별 빚을 차단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려면 거실로 나가면 되니까, 밤에는 완벽한 어둠을 소망한다. 창을 적절히 가렸지만 아침은 늘 찬란한 빛이 스며든다. 그리고 매일 정여사의 방에서 깨어난 아침에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둘 중의 하나이다. "하늘에 .. 2023. 4. 1. 다른 빛깔의 효도: 전화걸기와 전화받기 [다른 빛깔의 효도: 전화걸기와 전화받기] 정여사는 스마트폰의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금이 아니라도 크게 전화를 자주 하는 분이 아니다. 폴더폰 시절에는 주기적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당신 자신의 언니 오빠 올케들에게 전화하시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이 다 떠난 지금엔 전화할 일도 없는 데다가 전화기 사용법이 바뀐 세상에서 더더욱 전화할 일이 없어졌다. 요양병원에서 전화받기가 그녀의 일과다. 전설은 매일 아침의 문안인사 끝에 항상 보고 싶을 때 전화하라고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을 안다. 지금은 전화 걸기가 효도의 한 방법이다. 전화 통화가 우리가 마음을 주고받는 통로이다. 친구는 그 반대이다. 이 친구에게는 전화 걸기라기보다는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받기"가 효도가 되고 있다. 이 친구의 엄마는 젊어.. 2023. 3. 12. 공식적으로는 모녀지간 실제는 남편이었던 딸 그리고 자식이었던 엄마 [공식적으론 모녀지간 실제는 남편이었던 딸, 자식이었던 엄마] 문득. 정여사를 봉양했던 것이 아니라 자식처럼 감싸 안았다는 느낌. 그리고 정여사는 딸이라기보다 울타리 같았던 든든한 남편. 독립적으로 살게 해 준 사람. 정여사도 독립적인 사람. 딸도 독립적인 사람. 모녀지간으로 이 세상살이를 시작하였으나 오랜 세월 함께 하고 보니 각자에게 다른 역할도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독립적인 사람이었으나 늙고 병들다보니 의지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마음의 부담을 느낄까 매우 조심하였다. 어쩌다 화낼 일이라도 생기면, 딸은 자신의 성질이 사나우니 혹시 성질 내고 나서 그 후에 두려움이 생길까 저어하였다. 기대고 살아야 할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없으니. 둘이서 잘 지내왔는데 마지막을 떨어져 보내야 하는 이 .. 2023. 3. 11.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집에만 있었더라면 정여사의 필름 끊김 현상을 목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름이 끊겼더라도 익숙한 집이니 다시 스스로 생각을 가다 듬을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함께 사는 나는 눈치를 채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벌써 감을 잡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눈치를 채고 치매 전의 인지 장애 증상과 함께 올까 하여 관찰을 한 바 있다. 그래서 3년 전에 치매 센터에서 검진을 하기도 했었다. 3년 전 치매센터의 결론은 노화 증상인 듯하니 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작년 12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치료차 병원에 1주일간 입원하면서 확인한 것이 있다. 1주일간 24시간 옆에서 케어를 해 보니, 병원에 왜 왔는지, 자신이 병원에.. 2023. 3. 4. 정여사의 유일한 사치였던 왕반지가 내 손에 [정여사의 유일한 사치였던 왕반지가 내 손에] 정여사와 공통점이 많다. 그 긴 세월 살면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미운 자식 노릇을 해 본 적이 없었긴 한데, 있었다 해도 정여사가 그 넉넉한 품으로 품었을 게다. 꾸미는 것에 전설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생각만 하지 드러내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치를 구하는 정도!!! 정여사는 꾸밈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도 꾸밀 줄 아신다. 귀도 뚫어서 귀걸이를 했고 목걸이와 팔찌도 했다. 한 때는 보석으로 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 팔아서 자녀 들 양육에 힘썼다. 아들들이 장성해서 장여사에게 선물한 왕반지. 그 옛날엔 저런 왕반지가 유행을 했다. 외출 시에만 착용을 하는 것이 정설이겠지만 정여사는 일상생활에도 그냥 끼고 사셨다. 그래서.. 2023. 3. 4.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만만치가 않아: 자연스러운 죽음에 임하는 자세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만만치 않아: 자연스러운 죽음에 임하는 자세] 인간의 죽음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 정상이 아닌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의 결과로 삶이 마감되어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나 심장마비와 같은 급작스러운 죽음에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이 수용할 뿐. 생로병사가 인간의 숙명이라서. 늙어서 노쇠한 경우에는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니 늙음이 아니라 고칠 수 없는 질병의 결과로 주어진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은 결단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에게도, 심지어 노쇠한 자에게도 육체가 그 기능을 다 잃어가는 경우에도 결코 죽음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기다리냐고. 아니다. 어차피 맞이해야 할 삶의 .. 2023. 3. 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2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