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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122

공식적으로는 모녀지간 실제는 남편이었던 딸 그리고 자식이었던 엄마 [공식적으론 모녀지간 실제는 남편이었던 딸, 자식이었던 엄마] 문득. 정여사를 봉양했던 것이 아니라 자식처럼 감싸 안았다는 느낌. 그리고 정여사는 딸이라기보다 울타리 같았던 든든한 남편. 독립적으로 살게 해 준 사람. 정여사도 독립적인 사람. 딸도 독립적인 사람. 모녀지간으로 이 세상살이를 시작하였으나 오랜 세월 함께 하고 보니 각자에게 다른 역할도 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독립적인 사람이었으나 늙고 병들다보니 의지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마음의 부담을 느낄까 매우 조심하였다. 어쩌다 화낼 일이라도 생기면, 딸은 자신의 성질이 사나우니 혹시 성질 내고 나서 그 후에 두려움이 생길까 저어하였다. 기대고 살아야 할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없으니. 둘이서 잘 지내왔는데 마지막을 떨어져 보내야 하는 이 .. 2023. 3. 11.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집에만 있었더라면 정여사의 필름 끊김 현상을 목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름이 끊겼더라도 익숙한 집이니 다시 스스로 생각을 가다 듬을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함께 사는 나는 눈치를 채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벌써 감을 잡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눈치를 채고 치매 전의 인지 장애 증상과 함께 올까 하여 관찰을 한 바 있다. 그래서 3년 전에 치매 센터에서 검진을 하기도 했었다. 3년 전 치매센터의 결론은 노화 증상인 듯하니 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작년 12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치료차 병원에 1주일간 입원하면서 확인한 것이 있다. 1주일간 24시간 옆에서 케어를 해 보니, 병원에 왜 왔는지, 자신이 병원에.. 2023. 3. 4.
정여사의 유일한 사치였던 왕반지가 내 손에 [정여사의 유일한 사치였던 왕반지가 내 손에] 정여사와 공통점이 많다. 그 긴 세월 살면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미운 자식 노릇을 해 본 적이 없었긴 한데, 있었다 해도 정여사가 그 넉넉한 품으로 품었을 게다. 꾸미는 것에 전설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생각만 하지 드러내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치를 구하는 정도!!! 정여사는 꾸밈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도 꾸밀 줄 아신다. 귀도 뚫어서 귀걸이를 했고 목걸이와 팔찌도 했다. 한 때는 보석으로 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 팔아서 자녀 들 양육에 힘썼다. 아들들이 장성해서 장여사에게 선물한 왕반지. 그 옛날엔 저런 왕반지가 유행을 했다. 외출 시에만 착용을 하는 것이 정설이겠지만 정여사는 일상생활에도 그냥 끼고 사셨다. 그래서.. 2023. 3. 4.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만만치가 않아: 자연스러운 죽음에 임하는 자세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만만치 않아: 자연스러운 죽음에 임하는 자세] 인간의 죽음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 정상이 아닌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의 결과로 삶이 마감되어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나 심장마비와 같은 급작스러운 죽음에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이 수용할 뿐. 생로병사가 인간의 숙명이라서. 늙어서 노쇠한 경우에는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니 늙음이 아니라 고칠 수 없는 질병의 결과로 주어진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은 결단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에게도, 심지어 노쇠한 자에게도 육체가 그 기능을 다 잃어가는 경우에도 결코 죽음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기다리냐고. 아니다. 어차피 맞이해야 할 삶의 .. 2023. 3. 4.
정여사님! 88세에 한 번 더 머물게 되었으니 적어도 1년은 팔팔 하시기를 [88세에 한 번 더 머물게 되었으니 적어도 1년은 팔팔 하시기를] 법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법적으로는 늘 만 나이를 사용하고 기록을 해 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일상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던 소위 말하는 "우리 나이"(태어나자마자 한 살 먹는 것으로 계산하는 한국 나이)를 사용하지 말고 외국처럼 만 나이를 사용하자고 한다. 그래서 우리 정여사는 작년의 88세에서 올해 또 88세가 되었다. 왜 88이라는 숫자에 민감한가 하면, 작년에 정여사의 건강에 위험이 왔기에 "팔팔하다"는 것에 눈이 간다. 올해에 다시 88세에 머물게 되었으니 우리 정여사는 적어도 1년은 이 상태로 더 나빠지지 말고 팔팔해 달라는 염원을 담는다. 어르신들의 삶은 매 순간 아슬아슬하다. 80세가 넘어가.. 2023. 2. 2.
첫 키스만 50번째 vs 부고만 23일째 [첫 키스만 50번째 vs 부고만 23일째] 한 2-3년 전부터 정여사에게 건망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3년 전이면 나이 85세 정도이니 뇌도 이제 늙을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초기에는 치매인가 싶어서 무척 조마조마하기도 하였다. 국가 치매 센터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85세 치고는 정상이라고 판단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검사를 하면 좋았겠으니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치매센터도 쉬고 휠체어로 움직이는 몸이라 치매 검진 센터에 다시 가지는 못했다. 치매 초기의 인지 장애는 없는 듯하다. 우리 젊은 사람도 휴가를 내고 며칠 집에 있다보면 요일과 날짜가 헷갈리는데, 몇 년을 집에만 있는 88세 할머니가 날짜와 요일을 기억해 낸다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어려운 일이다. 치매를 의심했을..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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