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만만치 않아: 자연스러운 죽음에 임하는 자세]
인간의 죽음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 정상이 아닌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의 결과로 삶이 마감되어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나 심장마비와 같은 급작스러운 죽음에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이 수용할 뿐. 생로병사가 인간의 숙명이라서.
늙어서 노쇠한 경우에는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아니 늙음이 아니라 고칠 수 없는 질병의 결과로 주어진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은 결단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에게도, 심지어 노쇠한 자에게도 육체가 그 기능을 다 잃어가는 경우에도 결코 죽음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기다리냐고. 아니다. 어차피 맞이해야 할 삶의 마감이라면 더 자연스럽게 더 힘들지 않게 아니 더 쉽게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여사가 늘 그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질병이 주어지는 것은 삶의 미련을 버릴 과정을 주는 것이다. 인간이 늙어서 주름이 생기고 노쇠해 가는 것은 신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는 것이다. 늙고 쪼그라들고 질병을 앓다 보면 이제 세상을 버릴 용기가 생긴다는 것.
정여사의 지혜는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
이토록 지혜로운 분에게 운명은 좀 부드러워도 되지 않을까? 정여사는 셀프케어 불가로 요양병원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나 그 요양병원 생활도 매우 순조롭지는 않다. 기어이 모든 슬픔과 안타까움과 아픔의 과정을 겪게 할 모양이다. 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각자에게 삶과 사람과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의 징검다리. 돌 하나씩을 건너고 있는 중이다.
정여사님. 우리 힘내어 위로하며 건너 봅시다!!! 어느 방향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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