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by 전설s 2023. 3. 4.
반응형

[입원 두 달 3번의 전화: 내가 왜 여기에? 엄마 여깄다 데리러 오너라]

즐겨 다녔던 도서관의 서가. 여기에 던져놓고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묻는다면, 나는 기억을 헤집어 나의 위치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저장되어 있지 않다면?



집에만 있었더라면 정여사의 필름 끊김 현상을 목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름이 끊겼더라도 익숙한 집이니 다시 스스로 생각을 가다 듬을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함께 사는 나는 눈치를 채지 못하였을 것이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벌써 감을 잡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눈치를 채고 치매 전의 인지 장애 증상과 함께 올까 하여 관찰을 한 바 있다. 그래서 3년 전에 치매 센터에서 검진을 하기도 했었다.

3년  전 치매센터의 결론은 노화 증상인 듯하니 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작년 12월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치료차 병원에 1주일간 입원하면서 확인한 것이 있다. 1주일간 24시간 옆에서 케어를 해 보니, 병원에 왜 왔는지, 자신이 병원에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집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했다. 병원이라는 것은 스스로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왜 병원에 왔는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왼쪽 팔다리에 편마비가 와서 나에게 스스로 말을 해서 즉각적으로 119로 병원에 왔으나 서너 시간 안에 일어난 그 사실은 정여사의 뇌에 기억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편마비가 와서 나에게 신고한 것은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그래서 4시간 안에 병원 와서 혈관을 뚫고 마비를 해결했는데, 기억이 없다니.


뇌졸중을 치료하던 막바지에 치매 검사를 해보니 초기. 요양병원에서도 분명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여사가 아침 식사를 마칠 때쯤엔 반드시 그리고 점심 저녁 식사즈음에  전화 걸기를 실행한다. 혹시라도 그 와중에 길을 잃었다면 당황하게 하지 않고자...


길을 잃었음에도 그냥 그냥 넘어간 날도 있겠다만, 아침 전화에서는 항상 정상유지를 하고 계셨다. 보고 싶을 때 전화를 하라고 하면 터치가 잘 안 되어 오는 전화만 받겠다고 전화를 걸라고 하신 분.


그런 정여사가 입원 2달에 3번의 전화를 하셨다. 본인이 직접 거신 것은 아니고 간호사에게 걸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터치가 원활하지 않으니 하다가 하다가 간호사에게 걸어달라고 부탁한 전화.


내가 왜 병원에 있을까? 택시 타고 집에 가려니 차비도 없고 엄마를 네가 데리러 오너라!!!


거기는 병원이고, 왜 병원에 갔고, 왜 거기서 머물게 되었는지 긴 설명이 이어지고 나면 그제야 수긍하신다. 마비는 풀렸으나 혼자 일어서기는 힘들게 된 사연과 소변길이 막혀 소변줄이 꽂혀 있다는 사실은 기억을 못 하니 택시 타고 집에 갈 계획을 하신 게 아니겠는가 싶어 오줌줄 사연도 길게 밝힌다. 다행한 것은 소변 불량으로 방광이 아팠던 것을 기억해서 그나마 이해가 빨리 온다.


10분여에 걸친 설명이 끝나고 나면,


그래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고나 있어야겠다 싶어서 너에게 전화해 달라고 했다.


참 말짱한 판단의 당신.  전화도 못한 상태로 넘어간 날들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 더욱더 자주 일어날 일일 텐데... 코로나로 인하여 수시로 방문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면회만 자유로왔더라면 정여사가 계속 걷게 근육 유지를 내가 해 줄 수 있을 자신이 있었는데, 돌보지 못한 가운데 근육의 반 이상을 잃었다. 이 변수를 내가 놓치다니.  근육유지와 약간의 손발 운동으로도 치매 발발을 지연시킬 수 있는데 전화 통화만으로는 참으로 부족하구나!!!


전화가 울리면 둘 중 하나다. 필름이 잠시 끊겨서 불안한 마음으로 한 전화이거나 배변 불편.  언젠가는 보고 싶어서 하는 날도 있겠지. 전화 끊으며 늘 내가 하는 주문이니까 한번쯤.


보고 싶으면 전화하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