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에 한 번 더 머물게 되었으니 적어도 1년은 팔팔 하시기를]
법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예전부터 법적으로는 늘 만 나이를 사용하고 기록을 해 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일상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던 소위 말하는 "우리 나이"(태어나자마자 한 살 먹는 것으로 계산하는 한국 나이)를 사용하지 말고 외국처럼 만 나이를 사용하자고 한다. 그래서 우리 정여사는 작년의 88세에서 올해 또 88세가 되었다. 왜 88이라는 숫자에 민감한가 하면, 작년에 정여사의 건강에 위험이 왔기에 "팔팔하다"는 것에 눈이 간다. 올해에 다시 88세에 머물게 되었으니 우리 정여사는 적어도 1년은 이 상태로 더 나빠지지 말고 팔팔해 달라는 염원을 담는다.
어르신들의 삶은 매 순간 아슬아슬하다. 80세가 넘어가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병원에 뛰어갈 준비도 해야 하고 때로는 어르신들이 세상과 이별하는 것을 도와드릴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아 있을 사람들의 마음도 때로는 헤아릴 준비를 해야 한다.
팔팔한 88세를 무사히 보내야 했으나 12월의 고비에서 정여사는 마비를 경험했다. 왼팔과 왼다리의 편마비. 빠른 병원 이송으로 진행을 막고 마비를 푼 것은 행운이었으나, 다른 곳이 질서를 잃어 가고 있었다. 그것이 마비와 함께 온 현상이었는지 그전부터 진행이 되었는지는 애매하다만, 일단은 소변길이 막혀서 소변줄을 꽂고 지내신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불안한 가운데 안정을 찾으면서 새해를 맞아 다시 88세로 탄생하셨다. 항간의 바램처럼 88 하게 88세를 누리셨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 팔팔해 지시라는 소망이 아니라, 젊은이처럼 팔팔해 지시라는 희망이 아니라, 현상 유지하는 것이 이미 팔팔하심의 증거로 나는 후퇴를 하지만, 이 후퇴라도 이루어지기를 새해 바람 리스트에 넣어보는 것이다.
우리 정여사님!
함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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