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유일한 사치였던 왕반지가 내 손에]
정여사와 공통점이 많다. 그 긴 세월 살면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미운 자식 노릇을 해 본 적이 없었긴 한데, 있었다 해도 정여사가 그 넉넉한 품으로 품었을 게다.
꾸미는 것에 전설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생각만 하지 드러내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치를 구하는 정도!!! 정여사는 꾸밈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도 꾸밀 줄 아신다. 귀도 뚫어서 귀걸이를 했고 목걸이와 팔찌도 했다. 한 때는 보석으로 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 팔아서 자녀 들 양육에 힘썼다.
아들들이 장성해서 장여사에게 선물한 왕반지. 그 옛날엔 저런 왕반지가 유행을 했다. 외출 시에만 착용을 하는 것이 정설이겠지만 정여사는 일상생활에도 그냥 끼고 사셨다. 그래서 일상의 흔적들이 남아서 이제 저 보석들은 영롱하거나 빛을 제대로 반사하지도 않는다. 그러려면 다시 세팅을 해야 할 게다.
다른 것들은 변화를 겪어도 이 두 반지는 정여사의 손가락을 떠나지 않았다. 아차 금반지도 하나 있다. 정여사의 상징처럼 늘 그 손가락에 있었다.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니 분실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입원 당일에 빼서 내 손에 쥐어 준다. 오 마이 갓. 상실감이 클 정여사. 비즈 목걸이와 팔찌는 남겨두고서. 슬픔이다. 정여사의 나름 멋 지기기의 일환인데. 보는 즐거움은 어쩔 것인가?
책상 위 키보드 옆에 아무렇게나 놓인 왕반지. 그렇게 정여사 보듯 그녀의 분신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
정여사님!!!
잘 주무셨소?
식사는 잘 드셨고?
반지에게 그리고 전화 넘어 정여사에게 말 거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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