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빛깔의 효도: 전화걸기와 전화받기]
정여사는 스마트폰의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금이 아니라도 크게 전화를 자주 하는 분이 아니다. 폴더폰 시절에는 주기적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당신 자신의 언니 오빠 올케들에게 전화하시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이 다 떠난 지금엔 전화할 일도 없는 데다가 전화기 사용법이 바뀐 세상에서 더더욱 전화할 일이 없어졌다.
요양병원에서 전화받기가 그녀의 일과다. 전설은 매일 아침의 문안인사 끝에 항상 보고 싶을 때 전화하라고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을 안다. 지금은 전화 걸기가 효도의 한 방법이다. 전화 통화가 우리가 마음을 주고받는 통로이다.
친구는 그 반대이다. 이 친구에게는 전화 걸기라기보다는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받기"가 효도가 되고 있다. 이 친구의 엄마는 젊어서부터 매우 활동적으로 살아오시고 대인관계도 매우 적극적이고 자기 결정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늘 전화를 먼저 거시는 분.
전설의 친구는 이런 활발한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효도다. 그게 뭐 효도냐고? 거는 것보다 쉽지. 받으면 되는 거 아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 횟수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직장에서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친구가 그 많은 횟수의 전화를 다정하게 받아 준다는 것은 절대로 평범한 일이 아니다. 매우 훌륭한 일이다. 그야말로 강력한 효도다.
효자라 소문난 집을 관찰해 보니, 노쇠한 엄마가 오히려 아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더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노모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일을 수용해 주는 게 자식의 도리이자 효도가 아닐까. 그녀가 전화를 받을 줄 알면 걸어주기로, 전화를 거는 것을 좋아하면 받아 주는 것으로...
자식의 도리나 효도를 우리는 안다. 그 앎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의 결정이다. 그 과정을 즐겁게 할지 어쩔 수 없어서 해서 마냥 기쁘지지만은 않을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게 복잡다단한 것이 삶의 속성이니 말이다. 친구도 전설도 지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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