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오늘의 첫 단어: 하늘에 계신... 하늘을 우러러...]
정여사를 요양병원으로 모시고 그녀의 방을 청소 겸 정리를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내 방이 더 조용하기는 하나, 정여사와 아직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어서 그녀의 방에서 자기로 결정한다.
정여사와 다시 집으로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기가 나의 침실이 될 확률이 높겠다. 이 방도 매우 아늑하고 조용하다.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자기 전에는 문명의 빛이나 달 빛 별 빚을 차단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려면 거실로 나가면 되니까, 밤에는 완벽한 어둠을 소망한다. 창을 적절히 가렸지만 아침은 늘 찬란한 빛이 스며든다.
그리고 매일 정여사의 방에서 깨어난 아침에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둘 중의 하나이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그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주기도문을 외운 적은 있으니 기억이 나는 것이겠으나 신실하지 않았으니 그다음은 없다. 어느 날 주기도문을 찾아보니 번역이 여러 버전이라 어렸을 적 기억에 맴도는 그 문장들 그 번역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 마이갓. 이런 일이. 물론 마지막은 "아멘"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시는 그나마 끝까지 기억이 나지만 이 한 구절만 또렷이 소환된다. 마지막 구절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여하한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늘"이라는 단어를 소환하고, 정여사의 안녕을 소망한다. 삶의 여정이건 죽음의 여정이건 그 여정에서 평화롭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지금 곧 면회하여 눈을 맞추는 그 순간에도 정여사에게서 펑화를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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