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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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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예술가 [우리는 시간 예술가] 친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녀가 한국에 있던 기간에는 내가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녀가 떠나고 또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 동기들이 카톡 단톡방에서 재회를 했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의 선배라 우리 동기와도 안면이 많은 사람이다 더구나 내게는 안면을 넘어 좀 아는 선배라고 해야 한다. 고국에 계신 어머님이 연로하셔서 남편운 선배가 살러왔다. 벌써 1년이 되어 일단 귀국을 하게 되었는데, 드디어 만날 기회가 왔다. 그러니까 수십 년 만에 보는 것이니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선배는 경어를 쓴다. 후배에게 팍팍 말을 놓아도 되건만 예의를 지키는 선배의 음성에 세월이 묻어있다. 30년이 아니라 3일 전에 만난 사람 같다. 말은 예전 그 상태로 툭.. 2021. 9. 19.
[SNAP] 연두와 초록의 만남 [SNAP] 연두와 초록의 만남 연두와 초록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자연이 그렇게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느 집 담벼락에 살짝 만들어 놓은 자연산 화단에는 이렇게 비가 내려 흙탕물을 뒤집어쓴 꽃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세상 느 누구도 그들의 잎을 한번 닦아 주지 않았다. 비는 씻겨주었고 바람은 말려주었고 춤추게 해 주었다. 그리고 먼지는 허락도 없이 자리 잡아서 한 부모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빛깔이 되어 있다. 가정집에서 자랐으면 더욱 깨끗한 색을 선보였겠지만 지금으로도 좋구나. 너의 이름은 송악덩쿨이라고 했다. 한 부모에서 시작되어 해를 넘긴 잎들은 짙은 초록을 머금고 있다. 봄이면 연두색 잎이 저토록 연약하고 파릇하게 탄생을 하는지. 그리고 어리고 여린 연둣빛 나뭇잎은 시간의 마.. 2021. 9. 18.
동행. 백년해로가 부럽다. [동행. 백년해로가 부럽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서 숨을 멈추니 앞에서 누가 길을 막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다. 비는 온다고 해서 우산은 들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즈음이다. 나도 우산을 켠다. 앞에 동행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마도 백년해로 중에서 한 5-60년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멈추어서 뭘 하고 계신가 보니, 지팡이에 비닐봉지를 매달고 계신다. 지팡이는 할머니의 것이고, 장을 본 비닐이 3개이다. 무거운 것 2개는 할아버지가 들고, 가벼운 요구르트 비닐은 할머니가 들었나 보다. 걸을 만했는데 비가 오니 우산을 들어야 해서 갑자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힘이 약한 할머니가 지팡이와 쇼핑 비닐을 한 손에 들 수가 없는 것이다. .. 2021. 9. 17.
[SNAP] 비 갠 후의 햇빛을 담고 싶었다 [비 갠 후의 햇빛을 담고 싶었다] 햇빛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비가 한바탕 내린 후 출근길에 만난 아침햇살을 나 혼자 누리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오른쪽 건물 사이로 해가 등장해서 햇빛을 쏟아내고 있다. 그 찬란함이 황홀한데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카메라를 급히 꺼내어 사진을 찍어 보지만 이 황홀한 느낌을 당신에게 전할 수가 없다. 저 나무의 잎은 한 나무에서 나왔다. 빛을 받은 부분의 그 밝음으로 햇빛을 상상하여야 한다. 아! 안타깝다. 카메라는 왜 성능이 이 정도인가. 그래서 예술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자연을 이런 기계로 다 담을 수 없으니, 상상으로 혹은 연상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든 예술 작품을 생산하지 않는가. 이 찰나적인 햇빛을 잡아 낸 사람들이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아.. 2021. 9. 16.
레토르트 푸드(와 세탁기) [레토르트 푸드(와 세탁기)] 백혈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면역 과정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여, 그런 사람들 즉 환자에게는 음식도 가능하면 균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하고 위생 관념도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어느 날 이런 글을 발견했다. "어설프게 요리할 바에는 레토르트 음식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 무슨 말인가 하여 그다음을 읽어보니 "레토르트 푸드는 음식을 만든 다음 멸균 내지 살균하여 각개 포장을 하기 때문에 더 위생적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엄마가 귀한 백혈병 환자인 가족에게 직접 음식을 하지 않고 레토르트 푸드를 먹인다고? 의아하지만 수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음식에 조예가 싶은 것이 아니다. .. 2021. 9. 15.
현재를 살자: 질병이 구원하는 삶: The Ranch part 7 [현재를 살자:질병이 구원하는 삶:The Ranch part 7] 조앤은 보가 막상 청혼을 하자 당황하며 거절한다. 산불로 집이 타버려서 보의 집에 와서 이미 머물고 있고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수용하지 못한다. 보는 자신이 성급했나 싶어서 일단 물러난다. 70세가 넘은 사람들이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현재에 충실하면 될까? 조앤이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건강 때문이었다 알츠하이머 초기로 진단되어 질병의 진행과정을 보에게 짐 지우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보위 친구인 수의사 데일은 자신과 자신의 아내인 샤린의 경험을 조앤에게 들려준다. 샤룬이 파킨슨 진단을 받고 자신들은 오지 않을(은) 미래를 실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에 누릴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루지 않고 더..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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