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령: 여백이 주는 뜻밖의 명상의 시간]
난 SF영화를 좋아한다. 항상 말하지만 뇌의 골속 골속을 마사지해 주어서 뇌가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용하는 일상적인 뇌를 벗어나 자주 사용하지 않던 뇌의 신경망을 통째로 흔들어 주는 그 느낌이 너무 쿨하다. 마사지를 받은 효과이상의 효과가 있다.
중국 무협드라마도 충분히 그런 효과가 있다. 다만 영어로 더빙 된 것이 적어서 자주 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중국 무협드라마는 다른 특징이 있음을 오늘 또 느낀다. 유럽이나 미국의 SF는 속도감이 엄청나서 중간에 개인적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영상이나 대화가 주는 영감으로 사유를 하려고 하면 여백이 없는 것이다. 속절없이 그 영상과 대화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빨려 들어가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사유마저도 중간에 키워드를 적어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
중국 무협드라마는 SF적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같다. 또한 속도감도 있다. 그러나 이 속에는 개인적인 사유를 허락하는 공간과 여백이 항상 남아있다. 땅이 넓어서인지 기후가 다양해서인지 어디서 이런 아름다움 풍관을 낚아오는 지 모를 일이다. 서양의 풍광이 다분히 세트장이라고 느껴진다면 중국의 것들은 세트장이라도 자연상태로 느껴진다. 아직 나의 중국 드라마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것도 한 몫한다.
지난 며칠간 정치 영역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휘몰아 치던 영혼의 방황이 급히 선택한 [산하령]이라는 귀여운 드라마에서 위로를 받는다. 강호의 피바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중간에서 인간성의 회복이 보이는 전개와 중국의 그 거대한 자연 풍광 앞에 압도되어 나의 영혼은 잠시 방황을 멈추고 안식에 이른다. Thank you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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