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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scenes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싶은 사람들: 코민스키 메소드

by 전설s 2021.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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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싶은 사람들: 코민스키 메소드 ]


샌디의 오랜 친구인 노먼은, 샌디가 배우일 당시의 에이전트였다. 알고 지낸 지가 꽤 오래된 나이 차이는 있지만 노년에 서로에게 절친이 되었다. 그들의 각자의 삶의 일부를 이룰 만큼 각자의 삶에 얽혀있고 속속들이 서로 모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둘은 신랄하게 서로 비판하면서도 오해로 싸우는 일은 없다.


세 번 결혼과 세 번의 이혼한 샌디는 딸이 매우 지혜롭고 성숙한 반면에 47년간 한 여자만을 사랑한 지고지순한 노먼의 딸은 마약중독자이다. 여러번 재활원을 들락날락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고 심지어 결혼하여 다 큰 아들도 두고 있다.


잘 나가던 에이전트 대표인 노먼은 사망으로 막대한 재산을 남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재활에 성공 중인 노먼의 딸은 평생 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어려서 결혼하여 자녀를 하나 두었지만 계속되는 마약으로 아직 완전히 재활에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노먼은 딸과 손자 말고는 유산을 줄 사람이 없다.


노먼은 딸과 손자가 거대한 유산을 순식간에 거덜 낼 것을 알고 있었다. 유산집행자로 샌디를 지정하고 죽는다. 모든 유산은 딸과 손자에게도 주어지지만 집행하는 샌디의 결정하에 이루어져야 하도록 지정해 놓고 떠난다.


유산 혹은 유언 집행자로서 샌디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딸과 손자는 다달이 거금을 받게 되어 풍족하게 살 수 있음에도 매달 주어지는 황금알에 만족하지 못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계획만 세우는 것으로 나날을 보낸다. 계속 그렇게 산다. 샌디는 죽을 때까지 노먼의 유언대로 그들을 이런 식으로 돌보게 될 것이다.


돈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
이미 돈은 많지만 그것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망.
아니 돈으로 자아 실현을 하고 싶은 욕망.
딸과 손자는 그 욕망속에서 일생을 살게 될 터이다. 드라마는 그 끝까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만. 그래서 황금거위를 받아서 그 거위로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제어할 수 없다.


노먼은 얼마나 훌륭하고 냉철한 사람인가. 자신의 딸과 손자의 정신세계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뒤처리를 해 놓고 떠났다니. 후손을 함부로 내치지도 않고 그들이 살게끔 장치를 해 놓고 떠났다니. 배우의 미래를 꿰뚫어 보고 회사 경영을 해야 했던 에이전트 대표의 능력의 연장이라고나 할까.


노먼은 자신의 친구이자 유언집행자인 샌디와 샌디의 딸에게도 "제법 거금"을 유산으로 남긴다. 유언집행자로서의 댓가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편입되어 함께 해 준 친구와 친딸처럼 대해주었던 따뜻한 민디에게 표하는 감사의 표시이다. 샌디와 민디에게는 거금을 그대로 일시불로 주면서, 정작 자신의 친딸과 친손주에게는 일시불로 주지 못하는 심정이 어땠을까.


샌디는 딸과 손자의 온갖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황금거위를 잘 보존할 게다. 그리고 다달이 그들에게 황금알을 선사할 게다. 친구의 유언이고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니까.

[플러스]
노먼의 딸과 손자가 부럽다. 인생 살아가면서 어부지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인가. 그들의 능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살다 보면 자신이 움직인 딱 그만큼만 보상을 받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심지어 딱 그만큼도 못 받고 억울한 삶의 주인공도 허다한데. 부모가 남긴 유산이라는 것. 어부지리의 가장 완벽한 형태이다. 더구나 노먼의 후손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형태로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 황금알로? 스스로 궁금해진다.

물론 인류가 인류에게 남기는 유산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문화로.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사실 그리스에게는 아고라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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