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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DRAMAS & scenes

A very old waiter의 서비스: 코민스키 메소드

by 전설s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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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 very old waiter의 서비스: 코민스키 메소드]


더 그릴 무소 앤 프랭크

샌디와 노먼이 늘 만나서 점심이나 음료를 마시고 대화를 하는 곳은 정해져 있다. 더 그릴 무소 앤 프랭크. 그리고 둘이서 주문해서 마시는 술과 음료의 종류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이 곳엔 샌디와 노먼보다도 훨씬 나이 많은 웨이터가 있다. 그냥 나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서비스 중에 주문받은 음료가 놓여 있는 쟁반이 흔들려서 걱정스러울 정도로 걷는 것이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그런 노인이다.


두 노인 어른과 한 매우 노인인 웨이터는 오늘 처음 이 그릴에 온 손님인 것처럼 늘 신선하게 주문한다. 사실 저 정도의 노인들은 잘 잊어 먹는 건망증이 있기에 서로가 그렇게 자신들의 노쇠함을 용인하고 있는 것인 줄도 모른다. 관람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해석해본다. 87세의 노모가 정신의 노쇠함을 겪고 있는 것을 매일 보는 사람의 입장이라고나 할까.


무슨 저 나이의 노인 어른이 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을까 하는 염려와 짜증이 생겨나야 하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연출자와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하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더 일하는 것이 큰 즐거움일 것이라는 주장.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이니 그 연배의 사람을 고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느낌. 젊은 사람들은 그 서빙 속도가 매우 견디기 힘들지만 노인 어른들은 서빙 속도를 충분히 인내할 수 있기에 "매우 늙은 웨이터"의 서비스 속도도 용인된다.


하나도 바쁠 일이 없는 노인 어른 둘이서 일상을 나누고 농담을 하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는 곳에서 음료와 음식이 천천히 나오면 어떠한가. 홀 서빙하는 사람이 쟁반을 위태로이 흔들거리면서 주문받은 음식을 매우 느린 속도로 운반해 오면 어떠한가. 그릴은 느낌표가 찍히면서 느릿느릿하게 흘러간다.


홀 서비스는 그러한데, 두 노인 어른 남자의 대화는 신랄하고 빠르고 속사포처럼 날아오른다. 내용 또한 만만치가 않은 것도 많다. 심한 쫑코(joke)는 사람의 표시이던가. 한 때 배우와 에이전트의 관계였던 두 사람은 젊었던 시절에 나누었던 그 대화 속도로 서로의 마음과 감정과 일상을 속사포로 주고받는다. 아직은. 그리고 그 느긋하기 그지없는 서비스가 있는 그릴에서.


늙음은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지만 모든 것은 완벽한데 가운데 다만 "그 속도"만을 더디게 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건강하게 잘 늙은 경우에도 이 움직임의 미세한 속도의 저하는 어쩔 수가 없다. 본인이 서비스 업무에 종사할 때에 관찰한 바로도 그러하다. 아무리 잘 나가고 똑똑하고 잘 났던 사람이 그대로 곱게 늙어도 정신과 육체의 노화가 만들어내는 [인간 활동 그 자체]의 속도 저하는 피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느림의 미학]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코민스키 메소드의 작가와 연출자는 매 순간 전설의 감탄을 훔쳐가고 있다.

코민스키 메소드의 무대인 그릴의 세 남자이다. A very old waiter와 샌디와 노먼. 그리고 아래는 매우 나이 많은 노인의 서비스를 걱정과 의아스러움으로 지켜보는 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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