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수수이성비판과 씨름한 결과]
이것은 나의 이해다. 내가 순수이성비판과 씨름하여 얻은 결과물이다. 책의 순서를 비교적 따라가지만, 내 이해의 흐름이 더 앞장을 설 때도 있다. 애매한 것은 칸트의 원문을 보라. 안되면 해제본을 만나라!!!
지난주에 양자 역학의 역사를 "컨텀 스토리"를 읽었다. 과학사를 뚝 나누어 곧장 1900년으로 가서 양자부터 시작했다. 그전 고전물리학은 안다고 보고 전개된다. 또한 100년간의 발전을 다룬 양자과학의 세부 분야를 수식이 아니라 말로 설명은 했지만, 그 또한 기본적으로 조예가 있는 독자를 대상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완벽하게 다 이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순수이성비판도 900여 페이지를 다 이해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전문과학서와 전문 철학서를 읽은 지가 20년이 흐른 지금, 한 철학자의 저작물을 해제본이 아니라 원본을 읽는 것은, 원래 독어판이 아니라 우리말 번역본이라도 힘겹다.
2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그래도 끝까지 페이지를 진행시킨다. 오!!! 칸트여. 머릿속에는 잡다한 연결망으로, 한 철학자의 논리만 따로 떼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백지였으면 더 유리했을까.
칸트가 3대 비판 시리즈를 쓰려고 했던 시대는 로마 가톨릭의 신이 지배하던 시대였지만 종교개혁이 일어나 기독교도 퍼져 있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트는 아직 인간이 미몽의 상태에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래서 철학적 역사의 모든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 당연히 지배적이던 신학도 포함된다.
그가 속한 유럽 중심에서, 그리스 철학의 탄생부터 그가 살던 18세기 중반까지의 철학을 모두 섭렵하고, 그는 이제 비판을 시작한다.
철학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가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칸트는 철학을 비롯하여 인간의 정신문화의 바탕이 되는 "순수이성"부터 비판을 하고 정의를 하고 그 토대 위에 다른 철학적 문제, 특히 형이상학을 다루어야 한다고 결론 낸다.
인간의 이성을 순수이성이라 명하고, 순수이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밝힌다. 그 작동원리를 알면 순수이성이 사용할 수 있는,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유의 주제가 한계 지워진다.
존재란 무엇인가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이런 종래의 형이상학적 물음은 "순수이성의 재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순수이성은
1. 시간과 공간이라는 선험적 형식을 기초로 외부 대상인 재료를 수용한다. 직관 혹은 감성의 단계이다.
2. 수용된 재료, 즉 표상은 선험적 형식인 개념과 범주로 표상이 분석된다.
3. 분석된 재료는 순수이성의 작업, 즉 물체 고정불변, 인과율, 동시성의 원칙에 따라 외부 대상을 현상한다. 파악한다.
1에서 제시될 수 없는 지금까지의 형이상학적 물음은 순수이성의 재료가 되지 못함을 밝힌다. 존재론. 우주론. 그리고 신의 존재.
하여, 이 형이상학적 물음은
순수이성비판
의 다음 단계인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비판에서 다룰 것임을 알린다.
그렇다고 순수이성은 항상 옳을 것인가?
를 염려하면서 칸트는 순수이성이 빠질 수 있는 오류를 설정하고 점검해 나간다. 복잡해서 생략한다. 제일 읽기와 이해의 진도가 안 나가고 황망한 부분이다. 말로 뭔가를 증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또한,
순수이성의 작동방식을 점검했지만, 항상 옳을 수는 없어서 칸트는 순수이성도 단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책의 후반부에서 다룬다.
순수이성은
1. 훈육되어야 한다.
ㄱ. 교조적 상황을 스스로 만들지도 말고 그 논쟁에 뛰어들지도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 ㄴ. 회의론자가 되어 회의주의에 빠져서도 안된다. 회의주의는 가성비가 최고로 나쁜 습성이다. ㄷ. 비판적 방법을 연마하라.
2. 규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훈육이 소극적이라면 규준은 적극적 순수이성의 활용법이다. 순수이성의 :실천적 사용:의 기준이 되는 도덕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실천이성 비판에서 상세하게 다루게 될 터.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고 알려진 시절이 있었다. 칸트는 순수이성을 비판하여,
순수이성이
어떤 작동 방식을 가지며
어떤 것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를 밝혔다.
이 것을 토대로 형이상학을 다시 세워져야 한다. 순수이성은 그 형이상학이라는 건축물의 토대가 될 것이라 끝맺음하고 있다.
칸트의 3가지 물음.
1.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순수이성비판: 진: 인식론. 물리학. 자연학
2. 우리는,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실천이성비판: 선: 도덕 신의 존재 종교
3. 우리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판단력비판: 미: 자연의 합목적성
이 긴 여정의 첫 스텝으로 순수이성을 칸트는 비판하고 저술로 남겼다.
나도 그런 이유로 그 많은 철학서와 철학자를 뒤로 하고 칸트부터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일단 감만 잡고, 후일에 다시 점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그 앞 뒤의 철학과 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고전역학 복습 없이 양자역학사를 다룬 컨텀스토리를 읽은 그 용감함으로 칸트도 만났다. 목적은 감을 잡는 것이었지 완벽한 이해는 아니었다. 역시 완벽한 이해는 불가했다. 그러나 흡족하다.
12일간의 장정으로 1021 페이지의 실크로드 세계사 완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우리말 번역서는 내게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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