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를 넘긴 여자 어른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 있다. 자식들이 외지로 다 떠나고 남편도 이승을 떠나고 홀로 되었지만 홀로 된 할머니들을 엮어내는 마을회관이 그곳이다.
특정 할머니 집에서도 모일 수 있지만 그때는 그 공간은 오롯이 공적인 공간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건 배려 건 사랑이건, 무엇인가가 개입되면서 생각의 자유를 좀 먹게 된다. 그러나 마을회관은 누구나 어깨 가볍게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곳이다. 함께 나눌 것이 있으면 들고 오면 된다. 아무것도 없으면 맨몸으로 와도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다. 또 다른 곳은 이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는 공간]이다.
할머니들은 이 세상에 온 목적을 다 이룬 사람들이다. 결혼했고 아이들을 길러내었고 장가도 보내었고 손주도 있으며 남편도 시댁 어른도 다 공경하며 모시다가 먼저 보낸 사람들이다. 사회제도 속에서 해야 만 했던 모든 일을 마친 분들이다.
그때가 되면 남은 삶이 얼마나 막막하고 심심할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나는 아직 그 나이는 아니지만 70살이 넘고 80살이 넘으면 도대체 내 삶을 지탱하는 이유가 무엇이 될까. 늘 궁금했다. 정여사에게 물어보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는데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사춘기보다 심적으로 더 힘들듯하여 차마 여쭙지 않았다. 이 책에 의하면 80세 넘은 어르신들의 삶의 목적은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이다.
나의 조사에 의하면, 건강하게 나이 들려면 정신과 몸이 건강해야 한다. 몸은 걷기로 단련을 해야 하고, 정신은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더 많지만 하나씩만 고른다면 걷기/배움이다. 그 둘은 정신과 몸에 교차적으로도 좋은 작용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은 어릴 때 기회를 잃고 한 많은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한글 배우기]로 인해 삶의 재미를 찾았다. 재미도 있고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한글을 깨쳐서 시도 쓰고 편지도 쓰고 문자도 읽고. 얼마나 새로운 세상인가. 또한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함께 노는 즐거움을 공유한다. 70세 넘고 80세를 넘은 여자 어른들의 남은 삶은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재밌게 대화하고 노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지게 재밌게 살면 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이미 다 이루었으므로 오지게 재밌게 나이 들면 그것으로 족한 삶이 되는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환해졌다. 대단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다 수행한 이 훌륭한 할머니들은 남은 생을 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미루어 두었던 것에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성취하며 친구들이랑 수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 그 목적이면 충분한 것이었다.
오지게 재밌는 법이 고상할 필요도 없고 자랑할 필요도 없고,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것들을 꺼내어 보면서 뭔가를 행하고 그 가운데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그 무엇으로 웃건 "웃고 즐기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되는 것이다.
삶의 목적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 되는 나이 70세 혹은 80세. 전설에게도 그 시절이 오고 있다. 좀 땡겨쓸까 싶다.
독서/오지게 재밌게 나이 듦(김재환/북하우스/2020)/정여사/80세 넘은 어르신/삶의 목적/웃음/걷기/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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