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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의 초라한 변신]
지난봄이 시작 전에 친구가 꽃이 예브다고 우리 정여사에게 선물한 다육이다. 그 꽃은 찬란하고 예뻤다. 발간 꽃도 그렇고 이제 피기 시작한 분홍 꽃도 방 안을 환하게 하여 우리 정여사의 마음을 정말 즐겁게 해 주었다. 물을 자주 주지 말고 어쩌다가 주라고 했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 이유는 꽃과 나무는 대부분 내 손에서 그 삶을 급히 마감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러했다. 화려할수록 부담스러운 꽃나무들.
우리 정여사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정여사 대신 곷나무를 돌보는 일이 전설에게로 돌아오면서 또 그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2주일이 지나지 않아, 아니 분홍 꽃이 더 화려하게 피기도 전에 시들시들 죽어갔다. 통통하고 크기만 하던 다육도 곪아갔다고 해야겠구나.
급히 새순 하나를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본다. 그래도 자란다길레. 아래 사진의 그 결과물이다. 거의 10개월 동안 자란 모습이 이 것이다. 가장 큰 잎이 손마디 하나가 되지 않고, 그 잎의 두께는 사철나무와 비슷하다. 윗 사진에서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두께도 0.5 내지 1cm는 되었지만, 이렇게 초라하게 변했다. 살아있는 것이 사실 더 신기하기도 하다. 이 연약한 것이 어떻게 저렇게 두텁게 싱싱하게 자라나며, 우리 집에서는 왜 그리 빨리 생명력을 잃었을까?
아직도 수수께끼이다. 정여사에게 일임을 했으면 더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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