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사의 건망증이 고마운 슬픈 날]
부모로서 자식이 아픈 것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그 자식이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감할 때 일 것이다.
가장 힘든 경우는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를 떠나지 않을 때, 그런데 막상 달리 해 줄 일이 없을 때이겠다.
누군가는 그럴게다. 그렇지 않은 부모도 있다고. 글쎄다. 인간이 각양각색이듯이 부모역할에 대하여 달리 생각하는 부모도 있겠고, 희한하게 자식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더 깊은 부모도 있을게다. 그것까지 분석 판단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다만 우루 정여사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은 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자애로운 부모라도 늙는 것까지 멈출 수는 없다. 치매가 와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나이가 되면 건망증도 생긴다. 50대에 벌써 건망증은 생기기 시작하니 말이다.
심야에 죽을 끓여서 기어이 아들에게 먹이고 잠을 청한 정여사이지만, 그 아들이 입원을 했다는 말까지 듣고서.... 그 이튿날이 되어도 경과를 물어보지 않으신다. 단기 기억에 불편함이 생겨서이다. 굳이 좋은 소식도 아니라 전하기 민망한 소식을 안 물어봐서 전설도 입을 꾹 다문다.
처음으로 정여사의 건망증을 감사하게 느낀다. 하루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녀가 갑자기 생각났다면서 :아들에 대해: 물어보신다. 시원찮은 단기기억회로가 녹슬었지만 기능은 하는 모양이었다. 퇴원할 때까지 물어보시더니 이제 또 잠시 잊으셨다. 일주일째 안 물으신다.
어쩌면 건망증도 필요한 기능일까? 정여사의 뇌가 늙어가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러나 정여사 아들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는 그 순간엔 그 슬픔이 고맙기도 했다 잠시.
두 사람. 정여사와 그 아들을 위하여, 전설은 다만 전화 통화를 하게 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바로 내일 일을 절대로 알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존중하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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