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테라의 공간감각: 희한한 식물 세계]
오른쪽 가지가 새로 나온 동료에게 말했다. 너는 왼쪽으로 가. 너는 뒤로 가. 너는 앞으로 가.
뿌리로부터 하늘로 오르다가 드디어 줄기를 내게 되었을 때 좌우상하 4번 정도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잔가지가 생겨나고 봄에 잎까지 공존하려고 하면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교통정리가 정말 만만치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요새 알았다. 가지도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나와야 하지만 잎들이 무성할 때면, 더구나 그 잎들이 매우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햇빛을 공유하려면 공간 정리가 필수적인 것이다.
스킨답서스를 물에서 자라는 것을 매일 관찰을 했다. 가지의 끝에서 잎이 가지에 붙어서 다 만들어진 다음에 잎 전체가 풀린다. 작은 잎이 나와서 사이즈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다 만들어진 꽃잎이 말려 있다가 때가 되면 풀렸다. 그리고는 잎이 짙어지고 조금씩 자라기는 한다. 그것이 너무 신기했다. 스킨답서스도 공간감각을 가지고 싹을 낸다. 심지어 아래로 자라다가 위로 올라갈 순간도 감지를 해 낸다. 뭘로 하지. 어떤 신호로? 공기저항을 감지하는 것일까.
그런데 몬스테라가 자라는 모습은 더 경이로움을 준다. 그 잎이 스킨답서스의 100배쯤 되다 보니 스킨답서스의 잎이 풀리는 것보다 훨씬 극적으로 느껴진다. 잎이 워낙 커다 보니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모습을 유지해 주고 싶어서 꽃대를 준비를 했다. 그런데 줄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꽃대로 못 가게 조정을 했는데 줄기에 상처 날까 봐 일단 풀고서 관찰을 해 본다. 희한하게 방향을 잡았던 이유가 새 잎이 등장하면서 그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함이었음을 발견한다. 한 잎 , 거기서 또 한 잎, 거기서 또 한 잎. 6개의 잎이 나오는 것을 차례차례 관찰해보니 자기들 나름의 공간 설정 방식이 있는 듯하다. 좌우 상하로 공간을 확보한 다음 새 잎이 줄기에서 불거지고 5일 정도에 걸쳐서 잎을 활짝 편다.
몬스테라에게는 굳이 공간을 조정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필요 없어 보인다. 자연스레 두면 그들이 알아서 공간 정리를 하면서 새 싹을 내는 것이 아닐까. 밀도가 어느 정도가 되면 새 순을 더 내지 않게 되는 것일까. 나중에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때를 내가 어떻게 알아차리게 되나. 얼마나 빡빡하게 자랄까.
글을 적다가 [몬스테라 가지치기]를 찾아보니, 사진의 왼쪽에 삐죽이 보이는 것이 기근(흙속이 아닌 공기 중의 뿌리)이란다. 기근이 있는 줄기를 기근 포함하여 잘라서 기근에서 뿌리가 나올 때까지 수경재배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흙에 심는 것으로 1차적으로 가지 치기및 분갈이 완료. 기근의 등장은 인간에게 주는 신호일까? 분갈이를 하라는. 그렇다면 자연에서는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몬스테라가 무한히 공간을 스스로 넓혀갈 수는 없으니 봐서 인간의 손길로 가지치기를 해서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처음 키우는 것이니 몬스테라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형상을 좀 더 즐겨야겠다. 그러다가 상황 봐서 가지 치기를 해 볼까 한다.
신기한 식물들의 공간 감각. 새 순을 위해 그토록 몸을 꼬아 공간을 양보 하나? 참 신기한 식물의 세계다.
전설/식물/공간 감각/몬스테라/스킨답서스/수경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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