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도 늙고 나도 늙는다: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미덕이다]
나이 드는 것이 싫지 않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지혜로워질 것이라 안도하는 마음이 있었다. 젊을 때보다 삶이 더 깊어지고 성숙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때로는 나이 듦을 기다렸다. 반겼다. 나이 마흔이 될 때도 마음이 좋았다.
정신적으로는 그랬다. 나이가 들어도 지헤로워지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일단 나에게는 좋았다. 다만 피부와 몸도 나이가 든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했다. 자신만 바라보면 그것을 알 수 없다. 매일 보는 거울 속에서 자신이 늙어가는 것을 살펴보기는 힘들다. 매일 조금씩 늙어가는 것이라 너무 익숙해서 눈치를 챌 수 없는 것이다. 질병이 와야 화들짝 자신의 몸을 객관화해서 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질병과 첫 만남 이후부터는 몸과 피부의 변화를 잘 알 수 있게 되고, 남들의 변화도 눈치를 챌 수 있게 된다. 드마마나 영화속에서 외국 배우나 한국 배우나 나이는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또렷이 보인다. 일반인인 우리나 얼굴로 먹고 산다는 배우들이나 인간의 생로병사를 피해 갈 수 없는 것은 같은 조건이다. 드라마 속의 배우들도 늙어가고 있다. 세월이 보인다. 더구나 시즌제 외국 드라마의 경우는 그들의 삶을 보는 느낌도 준다. 시즌이 10을 넘기면 1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는 것이니 말이다.
줄기세포로 성형으로 젊게 가꾸어진 얼굴도 많이 만난다.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나이에 맞게 주름이 잡힌 배우들과 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사랑한다. "자연스러움"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연스럽게 늙은 얼굴이 너무 사랑스럽다. 나이는 아닌데 피부가 아기같은 사람은 혼란을 준다. 요즘은 달리기나 운동으로 종아리가 굵은, 날씬해 보이기보다는 건강해 보이는 다리가 더 좋다.
너무 젋어지려고 애쓸 이유가 없다. 그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늙어감에 익숙해지면 된다. 질병도 대단하지만 않다면 함께 동행하는 것에 너무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야 한다. 늙어야 또 아파야 지구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테니까. 영구불멸을 추구하지 않을 바에는 자연스럽게 생로병사는 수용하는 것도 매우 적절한 일임을 절감하는 날들이다. 삶이 많이 남지 않는 우리 90세 정여사도 그 나이 그 아픔을 배경으로 살펴보면 아름답다. 아름답게 늙은 정여사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아침이다. 자연스러움이 최고의 미덕이다.
80세를 넘은 여자 어른들의 삶의 목적은 뭘까?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여자 어른의 말년의 삶: 그레이스 앤 프랭키 시즌3
'SERENDIPITY > MEDITATION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나는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을까? (2) | 2023.11.20 |
---|---|
계란빵 어딨어? : 늘 요리의 목적을 잃는다 (1) | 2023.09.28 |
지레짐작한, 확인해 본 바 없는, 나 중심의 배려: 제일 좋아한 것에 대한 쌍방 오해 (0) | 2023.08.07 |
재산세가 이만큼이야? 재산이 많이 줄었구나. (0) | 2023.08.07 |
외출 준비에 필요한 것: 우산과 착한 거짓말 둘셋 정도 (0) | 2023.07.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