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레짐작한, 확인해 본 바 없는, 나 중심의 배려: 제일 좋아한 것에 대한 쌍방 오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무슨 이유인지 늦은 황혼 이혼을 했다. 법원을 나 선 부부는 마지막으로 치킨을 한 마리 먹기로 하고 치킨 집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날개를 떼어 언제나처럼 오늘도 마지막으로 아내의 접시에 놓아준다. 마지막 사랑이고 배려다.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라 늘 아내에게 주었다. 먹고 싶지만 그녀를 위해.
할머니는 화가 났다. 마지막 날까지 날개를 주는구나. 할머니는 닭다리를 제일 좋아했지만, 할아버지는 늘 날개만 주더니 오늘 마지막 식사까지 내가 좋아하는 다리를 주지 않는다.
마지막에 할머니는 말한다. "나도 닭다리를 좋아한다고요" 깜짝 놀라는 할아버지. 자신은 날개를 좋아하는데.
긴 세월 살아오면서 한 번만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다면, 이 부부는 이혼까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나에 박히면 다른 세세한 것들이 막힐 수가 있는데 말이다. 세세하고 사소한 것들이 소통이 되지 않으면 큰 건에 대해서는 아예 대화를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닭다리와 닭 날개만 그러했겠는가? 다른 일에도 그 방식이 소용되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신혼 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양보할 수도 있다. 나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었을 법도 한데, 할아버지는 한결같이 닭다리를 양보하고, 할머니는 한 번도 자신이 다리를 좋아함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할아버지야.... 한 번 물어나 보지. 맨날 양보만 말고.
할머니야... 한 번 좋아하는 부위를 말이나 해보지. 표현이나 해보지.
부부는 자기중심의 배려를 한 것이다. 초기에는 사랑으로 배려를 했고, 나중엔 원만하면서 배려를 용인하였을 것이다. 가끔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는 너무 뻔한 것이라도 한번 정도는 진지하게 혹은 가볍게 슬쩍 물어보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팩트를 파악하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할머니도 자기 중심의 배려를 한 것이다. 상대의 뜻을 존중해서 날개를 먹어주었으니, 그렇지 아니한가. 쌍방이 자기 중심의 배려를 한 슬픈 경우.
한 인간을 안다는 것은, 한 세계를 파악해야 하는 일인데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지레짐작으로 망치는 일은 없는지. 내 생각은 해변의 모래알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겸손함으로 늘 살필 일이다. 닭다리와 날개를 바꾸어 먹었다면 평생 치킨 먹는 날이 행복했을 텐데... 그 상대방의 니즈(요구/욕구)는 모른 채 [나 중심의 배려]에 만족하고 사는 건 아닌지 곰곰 생각해 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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