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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빵 어딨어? : 늘 요리의 목적을 잃는다

by 전설s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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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빵 어딨어? 늘 요리의 목적을 잃는다]


달걀사과빵? 달콤함이 없어 실패.


문득 아몬드 가루를 개봉한 뒤 제법 시간이 지난 걸 알았다. 냉장실에서 냉동실로 옮긴 지도 몇 주는 된 듯하다. 소진해야지. 계란빵을 만들기로 한다.

아몬드가루에 달걀 8개. 이스트와 소금을 넣고 저어가다가 불현듯 냉장고에서 외면받던 사과가 떠오른다. 사과도 넣으면 달콤하겠군.  사과 2개를 잘게 썰어 넣는다. 정여사 드리면 되겠군. 달콤 상콤함을 상상하면서.


그. 때.
정여사를 드리기로 했다면 설탕을 종이컵으로 한 컵 정도는 투하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버터도 좀 넣어서 풍미를 더하고.... 버터는 깜빡해서 못 넣고 설탕은 집에 그 존재가 없으니 못 넣었다.


이스트를 넣었으니 발효 시간을 둔다. 하지만 나는 안다.  발효가 될 리가 없다는 것을. 냉동고와 냉장실에서 꺼낸 재료가 발효의 조건이 될까. 그래도 형식적으로 발효의 기회를 30분 준다.


오븐을 사용하는 버릇이 들지 않아서 양면 해피콜 프라이팬으로 굽는다. 완성은 되었다.  맛은?


결정적으로 달지 않다. 사과 자체가 매우 당도가 높지 않았으니 들어가서 단 맛을 내지 못하고, 설탕도 한 톨도 안 들었다. 하여, 한 마디로 맛탱이가 없다. 달걀맛도 사과맛도 아닌 정체불명의 빵이 등장했다. 모양은 썩 나쁘진 않은데 절대로 한 입 더 먹고 싶은 맛이 아니다.


요리를 시작하면서 중간에 늘 레시피에 없는 재료를 넣고, 레시피에 없는 방법을 추가 시도하는 이 습관 같은 버릇. 그래서 원래 레시피대로 나온 음식이 별로 없다. 희한한 취미이다. 그래서 재현성이 중요한 실험 과학도 접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여사는 내 작품을 마다하지 않고 늘 잘 먹어주셨다.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늘 작품은 서빙할 수 없다. 병원에서 입맛도 없으신데  이렇게 정체불명의 빵을 드릴 순 없다.


정여사에겐 달걀빵과 요구르트를 사서 드렸다. 이제 조각을 내고 버터에 구우니 나는 먹긴 하겠네. 정여사에겐  한 입 크기로 잘라서 꿀을 듬뿍 뿌리면 되지 않을까. 꿀이나 찾아볼까...


언젠가 한 번쯤은 레시피대로 한번!!! 달걀빵을 만들고, 사과빵은 레시피를 좀 찾아보고... 요리는 목적을 잃었으나 일단 아몬드 가루는 소진되었다.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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