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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SERENDIPITY/TRIP domestic

여수 향일암 240603

by 전설s 2024.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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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 240603]



여수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그리고 거제 보리암과 더불어 해수관음상을 가진 3대 사찰중의 하나이다. 두 군데를 보았으니 오늘은 여수 향일암이다.





미리 플랜을 짜지 않는 여행을 계획? 했다. 예전이면 일정표를 짰지만, 이젠 짜지 않기로 하고, 현지에서 결정하기로 해 본다. 무계획여행의 연습이다. 목적지만 딱 한 군데 정해놓고 거기만 다녀온다. 오늘은 여수 향일암이다.


시외버스표를 예매하지 않았으니 여유가 넘쳐난다. 버스가, 지하철이 늦게 와도 아무 조바심이 없다. 월요일 아침에 버스가 만석도 아니겠고 배차 시간만 맞으면 오케이다.




9시 15분 고속버스가 있다. 30분 남았으니 커피 1잔에 딱이다. 터미널인데 커피값이 2천 원. 싸다. 집에서 향일암 일주문까지 5시간 15분 소요인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 등 합하면 아마도 7시간쯤 소요되지 않을까. 포털의 길 안내는 "기다리는 시간"을 넣어주지 않는다. 7시 40분에 시외버스터미널로 출발.


자가용 없이 하는 여행의 어려움은 환승할 이동 버스들 간의 배차 시간을 절묘하게 맞추는 일이다. 쉽지 않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오늘은 여수 터미널에서 향일암까지의 버스와의 조우가 관건이다. 여차하면 거기서 1박을 해야 할 지도.


절묘하게 예정에 없던 시각에 버스가 왔다. 111번이 아니라 111-1번이다. 시골길을 시간을 달리니 종점에 이른다. 향일암이다. 막차가 18시 20분.






이 계단부터 마음을 닦으며 정진하면 관음전에 이르면 부처님과 같은 마음이 될까?





이 돌부처상을 지나면 저 멀리 현판이 보인다. 다리에 힘 있을 때 와 봐야 할 곳인가 보다. 앞의 젊은 아줌마는 벌써 지쳤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엔 법구경의 교훈을 온몸으로 재현중인 돌부처가 수줍게  앉아 있다.



 

 



세 부처가 띄엄띄엄 생각할 시간을 주며 연극 중이다. 초등학생 같은 귀여움이 있다.


남의 허물만 보지 말고 내 허물을 살펴라. 옳고 그름을 살펴 행하라.

남의 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굳건히 나아가라.

그리고
나쁜 말, 남 비방 말고 자신을 살펴라. 궤 말이 다 내게로 돌아온다 인과응보로.



뭐 그런 교훈들이다. 계단이 힘드니 할 수없이 멈추고, 보고, 할 수 없이 뜻을 생각하게 된다.

적절한 강제 학습.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든 이유는, 사실 버스에서 내려서 계단까지 오는 길이 이미 가팔라 헉헉거리며 도착해서이다.


그게 불쌍해서인지 해탈문에 이르면 곧 해탈할 듯한  기분이 든다. 저 계단 올라서 보이는 큰 바위틈 사이를 가로지른다. 해탈문이다.





쉽다. 해탈에 이르는 길은 좁지만 너무 쉽다. 땡볕을 바위가 다 감싸 안아서 좁은 바위틈은 서늘함을 주면서 release 되는 느낌이 좋다. 겨울엔 아마 따스하겠지.


좁은 바위를 이용하여 해탈문을 만들었지만 건장한 남자가 어깨를 펴고 걸어가고도 남을 충분한 공간이니, 마음만 먹으면 해탈로 이를 수 있다고 유혹하는 듯한 특이한 돌문, 해탈문이다.






대웅전도 아담하다. 월요일이라 나름 부처님도 조용한 일상을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많은 중생을 구제하고 싶겠지만 좀 한가한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웅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오른쪽에 범종이 놓여있고 그 처마 끝에 달린 풍경에서 소리가 난다. 바람 따라 살랑살랑 자유롭다.


안녕!!!
풍경아!!!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날아다는 생명 포함 모든 생명체에게로!!!





드디어 관음전인가.


 



바닷가 돌산 어딘가에 구비 구비 절 모습을 갖추긴 했으나 공간 부족인가? 부처님 불상이 그지없이 소박하다. 당연히 관음보살의 상도 소박하다 자그마하다.


소박하다고 하여 부처께서, 관세음보살께서 자기 일을 게을리하겠는가!!!





관음전 바로 옆으로 들어서면 드디어 해수관음상이 드러나는데, 관음전 안의 보살보다 더 크지 않다. 삼광사의 불상이나 해동 용궁사의 해수관음상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크기로 내려다보신다.


아담한 모습으로 반기신다.


얘야?
뭘 원하느냐?
아... 예...
해탈을 원하옵니다만....
너 만?
아니... 저라도 우선 쩜....

바다는 멀고 광활하기만 한데, 해탈 말고 뭘 요청할까?

원래의 뜻대로 중생을 구제하소서!!!





해수관음상 바로 아래에 원효대사가 앉아서 수도했다는 큰 바위가 있다. 신라 원효대사로부터 시작된 사찰이었다 하니, 참으로 오랜 세월이다. 원효대사님은 참 여러 곳을 다니셨어!!! 새삼 원효대사의 무애행을 곱씹어 보는 날이다.







해수관음상 오른쪽으로 연리지 나무가 있는데, 때로 사랑나무라 부른단다. 서로 다른 나무가 뿌리부터 줄기까지 엉키어 자라면서 마치 한 나무 같은....




연리지같이 얽힌 인연이 몇몇 있으면 더 나은 삶이었을까? 사랑나무라 하니, 답은 예스인 듯도 한데, 불교 가르침은 또 그렇지 않은 듯도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 천수관음전. 정말 손이 천 개인가 세다가 말았다. 뒤가 안 보여!!!


해수관음보살과
천수관음보살이
합동으로 인간을 살피는 향일암이다.


복이 두 배로 듬뿍 내릴지어다.





신라 때부터 조성되었으니 그 역사가 얼마인가?


오래된 고찰에는 그 세월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 이끼 바위도 그렇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육중함이 밀려온다.


두 보살에 의해 경건해진  마음이, 역사의 무게에 다시 정화된다. 내 앞에 스쳐 지나간 그 많은 한반도의 백성들이여!!! 다들 극락정토에 계시는가?




삼성각의 옆모습.
벽면이 텅 빈 채로 있는 전각은 정말 드물다. 그 정갈함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본다.





아까 올라오던 길의 돌부처가 집에 간다고 내려가니 등을 보인다. 가지 말고 수도를 더 하라는 것인가.

이미 해탈문을 자나 온 사람임에도, 이리 등을 보이시는 건가?

묻지도 않았지만 지레,


집에 가서 정진하겠습니다
라고 일단...


이렇게 여수 향일암의 방문을 마친다..
.
.
.


그럼 해탈문을 한번 통과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 하자. 동영상을 꼭 눌러서 느껴보자. 음악을 없는 게 안타깝구나.


내가 찍은 향일암 해탈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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