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기 좋은 날: 흐리기만 하면 될까]
아주 오랜만에 TV를 본다. 우리 정여사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에 TV를 틀지 않았었다. 2개월 2주간 고요가 좋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출근하기 전까지의 고요가 좋았다. 퇴근 후에 집에 와서도 그 고요 속에 머물렀다.
어제는 비가 오다가 흐렸다. 이렇게 흐린 날은 TV화면 보기가 좀 편하다. 정여사의 아들이 엄청나게 큰 화면의 TV를 선물했는데, 그것을 이제 내가 즐기게 되었다. 원래 모든 여행을 마치면, 그래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으면 캠으로 찍은 동영상을 한 벽 가득한 화면으로 볼 계획은 가지고 있었다. 스크린이라도 설치할 기세였던...
흐려서 티비를 켠다. 지난 한 해는 마음이 참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TV를 보는 마음이 이렇게 평화롭지가 않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온통 우리 정여사 생각에 마음이 벅찼던 모양이다. 이제 하늘나라로 가시고 난 다음인 오늘. 나는 정여사가 정여사 방에서 안전하게 있었던 날에 거실에서 TV를 보던 그 평온함을 다시 찾았다. 그 평온과 자유스러움을 감지한다.
정여사는 자신의 방에서, 내 삶에 안정감을 주었고, 병원에 계실 때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에야 마치 정여사가 자신의 방에 있었을 때 주었던 그 안정감과 즐거움이 다시 찾아와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병원 계셨던 그 10개월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2개월 2주 만에 정여사는 나의 뇌와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그녀의 방에 존재하지 않고 나의 뇌와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 존재감이 오늘의 평온한 일상을 선물로 준다. 감사하다. 살아서도 돌아가셔도 내게 평화를 주는 존재!
하여 오랜만에 티비를 켜고 있는 나 자신. TV를 보는 시간에 편안한 오늘. 참으로 오랜만이다. 역시 병원 생활은 참 싫었던 것이야. 병원 생활 오래 안 하시고 떠나신 정여사에게 평화를!!! 감사를!!!
TV는 바보 상자가 아니다: 세상을 만나는 보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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