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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좌우 색이 다른 머리핀]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꼬맹이 둘과 엄마를 만났다. 유치원 가는 길인 모양이다. 작은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연신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인사를 한다. 큰 아이는 유치원이라는 외출을 하는 중이라 제법 잘 단장을 했다. 어른인 내가 키가 크다 보니 그 아이의 정수리를 볼 수 있다.
앞머리는 잘라서 내리고, 정수리 머리는 양갈래로 묶고, 뒤 아랫머리는 한 갈래로 만났다. 정수리에 왼쪽은 분홍색 리본핀으로 오른쪽은 파란색 리본핀을 꽂았다. 물론 아래는 또 다른 색.
문득 옛 생각이 났다. 그 시절엔 머리핀을 이렇게 꽂으면 짝이 맞지 않다고 놀림을 받았다. 좌우 균형이 맞아야 하고, 쌍이면 같은 모양에 같은 색이어야 하고, 양말의 색이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왜 그렇게 닫혀 살았을까? 다른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는 한 좀 자유로워도 되었는데 말이다. 머리핀 양쪽의 색이 다르거나, 쌍으로 꽂지 않는다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겠는가, 세상에 피해를 주겠는가.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도 도도한 우주가 눈이나 깜짝했겠는가. 제 갈길을 가는 것이지.
남에게 간섭은 왜 그렇게 했던가. 사회적 압박. 그런 점에서 지금의 세상살이는 많이 자유롭다.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가하는 압박만 뛰어넘으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우리 옛날 사람들은 이제 틀을 좀 깨자. 아니 틀을 버리자.
내가 나에게 귄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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