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험이 하나도 없으신 거죠?]
만 88년 6개월을 살다가 40일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정여사는 보험이 없이 사셨다. 이런저런 일로 병원 갈 일은 있었지만 아들네 회사에서 의료비가 커버되었다. 커버되지 않는 의료비는 30% 부담하며 살아왔다.
15년쯤 전에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보험이 없는 사람이 3% 내외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물론 의무적으로 하는 4대 보험 제외하고, 사보험을 말하는 것이다. 그 3% 안에 정여사와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직장으로 보험사 아줌마 직원들이 그렇게 많이 보험을 들라고 왔었지만, 그래서 직장 동료들은 보험 가입을 꽤 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보험이 사용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오늘 어느 보험사 직원과 상담을 하다가 마지막에 그 상담사가 진지하게 묻는다. 왜 보험이 하나도 없나요? 무슨 배짱이신가요?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왜?
아플 계획이 없어서였다. 황당하지만 그것이 제일 큰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굳이 말하자면, 사보험비를 국가 건강보험비로 돌리면 모든 국민이 공짜로 무료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속상해서 사보험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차를 몰면 자동차보험이라도 강제로 들었을 텐데, 차를 소유하지 않으니 그것도 의미가 없었다.
친구들은, 보험은 혹시나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는 것이니, 마음 든든하려고, 불안하지 않으려고 든다고도 했다. 또한 여러 개이면, 아프거나 사고가 났을 때 진단금이나 치료비가 실 사용료를 상회해서 나오니, 경제적인 이익도 있다고도 했다.
나는 불안하지 않았고, 사고가 나면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노동해서 벌지 않은 보험료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작은 수술을 하고 나서도 다소 거액(?)이 남는 경우도 많이 봐 왔지만, 그래서 살짝 부러움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험사로 달려가 가입을 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나는 아플 계획이 없어서였다. 작은 아픈 것들은 스스로 약이나 생활요법으로 케어를 할 수 있었으니 지금까지 큰 어려움도 없었다. 병원 이용도 많이 없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정여사는 몇 번 필요가 있었기에, 보험이 있었다면 치료비를 커버하고도 남을 보험금을 받을 기회도 있었으나, 아들네 회사에서 커버를 하거나 아들이 지불을 하니 더더욱 보험을 들지 않았었다.
남들이 한창 보험을 들 때, 나는 아플 계획이 없어서 안 들기도 했지만, 평균 수명이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보고 있다. 간병인 보험과 암보험. 실손 보험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은 듣고 있지만 그것은 좀 생각을 해 보아야 하겠다. 간병할 사람이 없으니 생각해 보는 것이고, 평균수명은 길고, 몸의 자체 수선기능은 떨어지니 암 발병의 여지는 있어서 고려해 보고 있는 중이다.
보험상담사는, 보험이 없는 사람은 처음 만나보는 것이라 하면서 매우 신기해한다. 왜 신기할까. 보험이 아니라 자신의 돈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가? 모든 사람이 이재에 밝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재에 대단히 매료당하지 않는 사람도 어쩌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암보험을 생각할 정도로 평균 수명이 길어질지 예상을 하지 않았다. 간병인 보험을 들어야 할 정도로 가족이 없는 삶의 방식을 택할지를 몰랐다. 간병인 보험은 현대적 추세이다. 오래 살고 돌봐줄 이에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암보험은 옛날부터 있었으나, 발병 빈도가 현대에 더 증가 추세라 이도 현대적 트렌드의 하나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험은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다수를 위하는 품앗이 같은 것일까? 보험 없이 사시던 정여사는 떠나고, 독거인이 되어 보험을 한 번 생각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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