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수육 즐기기 with 김장김치]
우리 집도 정여사 젊은 시절엔 김장을 했었다. 그런데 식구가 줄자 김치를 사 먹게 되었다. 살다 보니 정여사와 내가 열렬히 김치를 사랑하진 않은 것이었다. 나물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저탄고지를 시작하다 보니 김치를 새로 사귀게 되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또는 두부를 단백질로 섭취하려면 김치가 그 짝이 된다.
집집마다 김장을 하면 돼지 수육과 함께 먹는 것을 보아왔지만, 우리에겐 관례화되어 있지 않은 김장 문화. 갓 버무린 김장 김치와 갓 삶은 수육을 먹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 부러웠다. 한 번 해볼까 하여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실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김장을 않으니 기회가 없다. 김장하기의 기억은 그나마 있으나 수육을 집에서 삶은 기억은 없다. 김장하기도 도우미로 한 것이지 주체적으로 한 적도 없다. 그러니 김장 김치와 수육의 조합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김장김치가 생겼다. 이제 문제는 수육이다. 유튜브 동영상엔 수육 삶는 법이 수두룩하다. 감초 같은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집엔 없는 재료들이다. 심지어 친구들도 수육 삶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만...
어느 날, 김장김치가 생긴 어는 날, 불현듯 "현재" "집에 있는 재료"로 가능한 수육 삶기를 찾았다.
지금 현재 집에 있는 재료.
큰 찜냄비 대신 키 낮은 찌개 냄비.
양파 대파 대신 양배추를 깐다.
수육용 고기대신 절단 냉동삼겹살 올리고.
통마늘대신 요리용 다진 마늘.
된장 (이 것만 정석대로)
통후추 생략
월계수 잎 생략.
물은 안 넣고 사과 대충 썰어 넣고.
소주대신 청하 남은 거.
센 불 10분 중불 20분.
고기가 얇은데 너무 오래 삶았을까
통수육이 아니어서 육즙을 잃었을까?
냉동육이어서였을까.
물을 아예 안 넣어서였을까.
절단 삼겹 수육이 생각보다 부드럽진 않았다. 아래에 액체에 잠겼던 고기는 다소 부드러웠다. 뭔가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요소를 찾아야 다음엔 더 맛나겠다.
물은 넣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냄비 안의 모든 것을 먹기 위해서이다. 물론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해야 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이기는 하다만.
김장 김치를 썰지 말고 찢어서 먹으라고 했다 죽죽 찢어서 준비했다. 김치만으로는 심심하기도 하고 야채도 좀 더 먹을까 하여 양배추와 남은 사과를 채? 썰어 사과 식초에 버무려 함께 준비했다. 물론 함께 든 재료도 맛이 배어 좋았다. 모두 into my stomach. 물도 넣지 않았으니 양배추와 사과는 홍시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알코올은 다 도망을 갔다.
나는 즐겼다.
김장 김치를.
돼지 수육을.
김치 준 친구의 따스함을.
감사한 하루. 너에게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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