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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입관으로 안녕

by 전설s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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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입관으로 안녕]

 

 

외국 영화를 볼 때면 늘 그 생각을 했다. 장례식에서 고인이 잠든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정말 좋았다. 살아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죽음의 순간은 항상 느닷없이 온다고 보면, 마지막 인사는 잠든 얼굴을 보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3일장 5일장을 해서 사람들이 빈소에 있는 영정 사진을 보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모여서 고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추모를 대신한다. 3장이나 5일장의 마지막 날에 발인을 하지만, 그때엔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만 참석을 하게 된다. 3일 안에 혹은 5일 안에 추모객은 잠시 다녀 가는 것이 장례식에 참여한 것으로 가늠한다.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그 시간에 모여서 추모사(주례대신)를 하면서 고인의 사진도 보고, 기억하고, 추모하고 안녕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빠가 하늘나라로 갔다. 

 

 

오빠의 가족들은 임종을 지켰다. 병문안을 하고 돌아가던 작은 오빠에게는 그 것이 마지막이었지만, 지방에 사는 나는 추석에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 알고 있었지만, 임종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고인은 죽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해서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위로가 된 것은, 입관의 시간이다. 노모에게는 장례식이 끝난 다음에 알리기로 하고 급히 상경하여 살핀다. 오후 3시에 입관을 한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때 선친의 입관에도 참여를 한 듯한데 너무 오래전일이다. 그리고는 입관에 임할 일이 없었다. 사촌 친지들의 부고가 많았지만 입관까지 참여할 여건이 형성되지 않아서였을 게다. 그리고 본인들의 직계 존비속이 있으니 기회도 없었을게다.

 

 

생을 삶을 버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을 지 모르겠으나, 버리고 니서 곱게 단장한 오빠의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여서 안도를 했다. 무사히 선친이 있는 공간으로 갈 수 있겠구나. 현생을 버리는 이 순간에 평화로움을 줄 수 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물론 직계 가족들이 개개인이 따로 인사를 한다. 사돈들도 참가하여 입관을 지켜 봐 주었다. 참 눈물 나는 일이었다. 

 

 

그제야 실감이 난다. 오빠의 잠든 얼굴. 그야말로 영원히 잠든 눈 감은 얼굴을 보니 실감이 난다. 오빠! 안녕!!!

 

 

장례식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외국 영화에서처럼 얼굴 보며 인사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아름다움이나 정성스러움 우아함. 그 모든 것이 좋은데, 그런데 추모하러 온 사람들이 얼굴 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면 좋겠다는 하는 생각. 영정만 볼 것이 아니라, 잠든 얼굴을. 마지막 얼굴을 기억하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고인을 정말 아는 사람들만 참가하는 장례식이 될 게다. 우리나라처럼 직계 존비속의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가 굳이 올 이유까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고인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가진 사람이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절차. 나는 영정보다는 얼굴이 좋겠다. 입관을 해 버리면 그 기회는 없다. 외국 영화에서는 입관 모습이 얼굴이 보이게 해서 인사하게 하지만, 우리 장례 문화는 입관 시 모든 것이 봉인되어 버린다. 아쉽다. 쉽게 바뀔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니. 긴 역사를 가진 우리 장례 문화가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문득, 교회나 성당에서 하는 장례식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장례식을 가  보았으나, 교회나 성당에서 발인하는 것에는 기회가 없었다. 성당의 경우도, 장례식장을 다 만들어 두어서.......크게 차이가 있나? 발인미사에서는 얼굴을 보게 하는가. 경험이 없어 모르겠다. 

 

 

입관의 경험은 소중했다. 

 

 

가는 이여 안녕. 우주에서 만나자! (사진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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