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어른의 말년의 삶: 그레이스 앤 프랭키 시즌3]
젊은 시절을 살면서 노년의 삶을 생각해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설사 생각해 본다고 해도 기껏 은퇴 이후에 재정적으로 안정될 것인가를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재정적 자립이 안되면 일을 해야 하고, 자립이 되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훌륭하다. 그러나 노년의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당연히 미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 굳이. 현재의 삶도 빠듯한데 무슨 20년 후의 일을... [코민스키 메소드]를 보면 남자 어른들의 노후를 엿볼 수 있다. 남자 주인공 두 사람이 각 에피소드를 이끌고 간다. 한 사람은 이혼남이고, 한 사람은 사별남이다. 그들의 일상과 우정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60세가 넘은 남자 어른들의 노년의 삶을 대면할 수 있다.
[그레이스 앤 프랭키]에서는 코민스키와 그의 친구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70대 여성들의 노년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남편들이 게이로 밝혀지고 커밍아웃 함으로써 이혼을 하게 된 두 이혼녀가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사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각각 자녀가 있고 손주들이 있는 할머니의 삶은 한국 드라마나 각 나라에서 늘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레이스 앤 프랭키]에서는 늙은 여자들이 늙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이나 불편함 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몸은 젊으나 마음은 청춘인 이들이 얼마나 도전적인가를 보여준다.
절제되고 정리된 것에 익숙한 그레이스와 자유분방한 프랭크가 서로 조율하며 하루를 살아내고 서를 알아가고 지혜로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우정만 그린다면 덜 감동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런 감동엔 우리가 많이 노출되어 있기에.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몸이 늙은 여자들의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노인이라고 뭔가를 포기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시도하고 깨지고, 연애에도 열려 있다. 늙어서 하는 연애의 두려움, 늙어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소식에 대하는 자세. 그리고 40년을 함께 산 게이 남편들과도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다가 나중에 친할 필요까진 없으나 잘 아는 지인으로 자리 매김을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젊은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고,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봐야 알 수 있는 그런 삶의 불편함들을 수용하며 살아가야 한다. 생로병사의 피해 갈 수 없는 늙어가는 것을, 노쇠하고 쇠약해가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고, 질병과 만나야 하고 결판를 봐야 한다. 그러다가 어는 날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이 참으로 향기로운 반면에 이런 불편함이 숨어 있다.
치매라든가 암미라든가 특정 질환흘 가진 노년의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숙명적으로 맞닥뜨리는 늙어감과 늙은 몸에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그런, 아주 평범한 여자 노인들의 삶이 [그레이스 앤 프랭키]에 리얼하게 녹아져 있다.
당신이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면 시즌7을 다 보진 않더라도 시즌3정도까지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늙음에도 의연하고 싶으니 말이다. 아름답게 성숙하게 건강하게 지혜롭게 생로병사를 대면하고 싶다면 보시라.
80세를 넘은 여자 어른들의 삶의 목적은 뭘까?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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