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ide-down
시간여행만큼이나 다중 세계관을 반영한 드라마나 영화도 나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나 우리나라의 더 킹 같은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지만,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다중 우주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해야겠다. 다중 우주관이라고 해도 좀 어색하고 명확하지는 않다. 동일 장소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간에게 인식되는 세계가 다르다고 해 두자. 그렇지만 똑같은 세계는 아니니 나름 다중 우주 세계관의 반영이다.
철학에서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이중으로 나누어 설명할 때, 학생들은 늘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이 현실의 이데아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면 함께 존재한다고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로 설명을 하곤 듣곤 했다. 점 선 평면 입체의 3차원을 인식하지만 시간이라는 4차원을 인간의 뇌가 인식을 못하는 것처럼, 이데아의 세계도 우리가 인식을 못하지만 그 자체로 그냥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와 현실과 미래가 공존하는 가운데, 인식 체계가 그 가운데 현실만 인식하는 것처럼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계가 공존하지만 인간은 현실계만 인식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다룬 upside-down (뒤집힌 세계)의 개념도 나름 이런 세계관 혹은 인식론이 접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즌 1에서 주인공 윌은 우연한 사고의 결과로 열리게 된 업사이드 다운 세계에 갇히게 된다. 뒤집힌 세계는 현실 세계가 그야말로 뒤집어져서 존재하는 세상인데, 형태와 배경은 그대로 인데, 위아래가 뒤집혀 있다. 그리고 음산하고 춥고 축축하고 어둡다. 밝고 명랑한 세계의 이면을 반영한 듯 묘사한다. 그 세계로의 입장은 좋아할 수도 유쾌할 수도 없지만, 드나들 수 있는 생물체가 있고, 주로 괴물이 그 역할을 한다.
춥고 어둡고 음산한 뒤집힌 세계에서 활동하는 생물체인 괴물은 두 세계의 gate가 열리면 두 세계를 드나들며 현실의 인간 혹은 동물들의 피와 살을 먹고 산다. 그 세계를 꿰뚫을 수 있는 인간이 극강의 의지로 맞설 때, 어려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나, 평범한 개인 혼자 맞서기는 벅찬 설정이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어두운 면과 악의 존재를 은유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다중 우주관을 반영하기도 한 [뒤집힌 세계]' 괴물들의 출현으로 현실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아이들과 마음 주민들은, 국가 혹은 사회 체재가 시민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연대의 정신으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초능력을 지닌 아이의 역할이 크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초능력에 버금가는 법제도와 도덕 문화 혹은 관습으로,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업사이드 다운 세계의 악하고 불건전하고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현실계에 범접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국가 경영이 그토록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새롭다. 시간여행에서는 같은 공간 다른 시대를 반영한다. 다중세계에서는 같은 공간 같은 시대지만 사람들은 모습은 같으나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반영한다. 비슷한데 다르고, 다른데 비슷한 그런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기묘한 세계의 업사이드 다운 세계관에서는, 같은 공간 같은 시대의 밝음 대신 어두움을 반영한다. 그리고 윌과 엘은 그 두 세계를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인식 체계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다. 지금 우리 세계에서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세계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믿어지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생생한 또 다른 현실일지도 모른다. 시즌1과 2를 완료했다. 시즌3과 시즌4는 다음기회로 미루어야겠다. 이제 작가의 말을 알겠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과학적 활동도 돋보이는 드라마이다.
불멸의 인간: altered carbon/시간여행자/아일랜드/노인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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