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가 있는 대화: 기묘한 이야기 시즌1]
초등학교 4명은 서로에게 절친이다. 게임도 취미도 공부도 놀기도 함께 하는 4인방이다. 친구인 윌이 실종되자 아이들은 외출이 금지된 가운데, 자기들만의 대화를 시도한다.
2017년 작품인데, 이 드라마 속의 시대는 1980년대 미국 호킨스이다. 핸드폰이 있을 리가 없다. 80년대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집집마다 전화가 있던 시절은 아니다. 아니 8-90프로는 있었다. 하지만 없는 집도 있었다. 윌의 집에도 벽걸이 전화가 있는 시대였다.
벽걸이 전화나 탁상 전화나 초등학교 아이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 채팅도 없는 시절에 아이들은 워키토키로 소통한다. 4명의 아이들 중에 2명은 집이 가까워서 그나마 위키 토키로 대화할 정도의 거리이다. 윌이 실종되자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지금처럼 선명한 통신 채널이 아니니, 서로 말을 하다 보면 섞이고 울리고 이해가 불가해진다. 서로의 말이 전달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한 아이가 말한다.
말이 끝나면 "over"라고 꼭 말하라고. 그래야 내가 말을 시작할 수 있다고. 너의 말이 끝난 것을 내가 알게 되니.
이렇게 대화를 하면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over사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들어주어야 한다. 중간에 치고 나가서 말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아주 말을 길게 하는 사람과는 사용하기 힘든 방식이지만 이런 방식의 대화도 참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수다가 목적인 모임에서는 이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수다가 아니라, 토론이 목적이면 over사인이 참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수다나 토론이 목적이 아닌, 부부싸움의 경우에도 이 방식을 정해두면 좋을 듯하다. 아내와 남편은 상대가 over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화가 치밀러 올라도 참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면 어떨까. 현실 생활에서는 택도 없는 제안이지만 부부끼리 그런 제안을 미리 해 두면 가능하지 않을까. 현실적이 않다는 말보다 원활한 싸움을 위한 인간의 애처로운 노력이라고 치부하면서.
부부싸움이 아니라도, 목적이 있는 대화, 의견 수렴을 하는 모임에서는 over사인 활용하기가 참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눈치로 혹은 말씀 끝나셨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지 아니한가.
[Roger that]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랑 대화를 하다 보니, 이모티콘에 roger that이라는 것을 보내왔다. 워키 토키나 대화에서 over가 내 말이 끝났으니 아제 네가 말할 차례라는 것을 알려주는 반면에 roger that(copy that과 거의 유사)은 상대방이 한 말을 이해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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