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나이가 88세 정도에 이르면 건망증은 기본이다. 뇌세포도 늙음에 동참하기에 건망증은 기본이고 치매는 그 기본이 과한 상태로 이해를 하면 된다. 치매 없이 남은 생을 살다가 가면 본인도 좋고 가족도 자식도 모두 좋지만 설사 치매를 만난다고 해도 그에 상응한 질병 대처를 하면 된다. 약으로, 생활요법으로 혹은 치매요양시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물론 치매요양시설에 보낼 형편이 안되거나 돌볼 사람이 없으면 그야말로 낭패다. 부모들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노후를 위하여 치매 관련 보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잘 고민해보자.
본인도 88세 노모를 모시고 사느지라 치매에 관심이 많다. 더구나 건망증 횟수가 늘어나는 "뇌세포의 늙어감"을 보노라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치매와 건망증의 모호한 지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할 때면 정여사 방의 TV를 꺼는 게 그동안의 패턴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그대로 켜놓고 나오신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침에 켜지 않을 때도 있었고, 평소에 보지 않는 방송을 보고 있었던 날이 떠오른다. 치매에 이르면 단기 기억을 젤 먼저 상실하기에 새로운 습득이 어렵다. 이사 오고 나서 TV가 바뀌어 리모컨이 바뀌게 되었을 때, 정여사가 리모컨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물론 치매는 아니니까 적응을 했지만 생각보다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새 TV는 리모컨 수신부가 왼쪽 아래에 있는 게 특이했는데, 이 방향이 거실 TV과 전혀 다르다.
혹시 새로 배운 리모콘 수신 위치와 작동법을 잊었나 싶어서, 채널 조정과 온오프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본인이 직접 하라고 끝내 리모컨을 전설은 만지지 않았다. 직접 하게 하면서 지켜만 보았다. 버턴을 누르는 힘까지 약해졌나 싶어서 가슴이 답답했다. 안타까웠다. 그런데 꺼지 않고 나온 날이 거듭되다 보니, 치매에로의 진행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점검차 전설이 끄러 들어가서 리모컨을 사용해보는데.....
온오프를 해보는데 리모컨이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전지를 교체를 해본다. 그래도 온오프는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버턴은 되는 것도 있고,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아뿔싸. 정여사가 치매 초기로 이행하여 혹은 건망증으로 인히여 리모컨 작동법을 잊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애프터 센터에 문의를 하니 리모콘이 고장 났을 것이라고 새것으로 구매를 하란다.
이틀 후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 정여사는 정상적으로 리모컨을 사용했고, 채널과 볼륨의 크기를 조절하면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 아는 게 병이었던가. 제일 먼저 리모컨을 의심 헸어야 했는데, 정여사의 뇌세포를 의심했다. 늙음을 수용했다. 이럴 때는 치매라는 질환을 아는 게 병이 아니라 모르는 게 약인 것이다. 애꿎게 자신의 뇌세포를 의심받은 정여사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자신의 건망증은 스스로도 인식을 했으니, 강력하게 리모컨이 이상하다고 주장도 못하고...
늘 하던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점검을 하자. 그래도 그래도 안되면 사람의 뇌를, 세포를 의심하는 과정으로 전개를 하자. 사람부터 의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지 않는가. 일단은 기본을 점검하고 정황을 점검하고 그러고도 파악이 되지 않으면, 그 때에 뇌세포도 의심 내지 점검을 하고, 늙음도 탓해 보기로 하자.
TV는 바보 상자가 아니다: 세상을 만나는 보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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