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다: a very simple Thought on heavy Topics
HERstory 우리 정여사

연두색 의자를 사랑해: 한글의 쉬움과 어려움

by 전설s 2022. 7. 6.
반응형



무슨 색이라고 표현해야할까?




우리 한글은 과학적이라 참으로 배우기 쉽다고 했다. 그것은 표음문자라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 그러하다는 의미이다. 우리 한글의 자음과 모음 쳬계를 차용한 언어에서는 그렇게 말할 만하다. 그러나 실제로 한글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말 다시 말하면 한글이라는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 사람의 표현을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정여사는 푸른색 계열의 색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칫솔도 정여사는 파랑, 전설은 그 다음 남는 색으로 깔을 맞추어 드린다. 그다음 좋아하는 색이 연두색이다. 파랑은 자주 접할 수 있었음에 반하여 연두는 자주 만나 지지 않는 색이다. 봄이 되면 나무의 새싹들이 찬란한 연두를 나타낼 때에도 휠체어 사용자인 정여사는 그 찬란함을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집 안의 작은 나무들도 봄이면 새싹을 내지만 테양빛 아래서의 그 찬란함이 부족하다.



 





얼마 전에 책상 의자를 하나 샀는데, 그 빛깔을 놓고 정여사와 논쟁을 벌인다. 제일 처음 떠오른 색이 "카키색"이라는 말이었지만, 정여사 세대는 카키색에 대한 감각이 없다. 그래서 연두색이라 하니, 정여사는 연두색이라 하기에는 색이 더 어둡다. 연두색이 되려면 봄에 새싹 나듯이 더 환하고 연해야 된다는 둥, 도무지 전설의 연두색이라는 정의에 동의할 마음이 없었다. 차라리 겨자색이라 해라. 등등.


이처럼, 한글을 배우던 외국인들은 모음과 자음은 깨쳤는데, 이런 색 표현에서 어려움을 제일 흔히 많이 겪는다고 했다.

파란, 파르스름한, 새파란, 검푸른, 푸르죽죽한, 하늘색, 바다색,
카키색, 겨자색, 연두색

생각해보니 문득 그러하다.

정여사는 오랜만에 집에 등장한 연두색 의자의 색에 반해서, 작은 행복을 누린다. 밥을 먹다가도 쳐다보고, 당신 방에서 있다가도 한번 앉아 보고 싶다고 거실로 나오시고, 앉아서 TV도 보시고, 거의 일주일간을 지대한 연두사랑을 시전 하셨다. 사람의 작은 행복은 실제로 너무나 작고 사소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