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어때?: 88세 본인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정여사]
우리 정여사는 자신을 정갈하게 꾸미기를 좋아하신다. 전설도 정갈함을 좋아하지만 정갈할 뿐이지 꾸밀 의사는 별로 없다. 늘 심심한 복장의 생활인 임에 비해 정여사는 꾸밀 여력이 되면 꾸민다. 거울도 자주 보신다.
그녀의 머리 염색도 이제 수 십 년이다. 휠체어를 사용할 때가 되니 외출이 없어졌다. 염색에의 욕구가 줄어들긴 했다. 옛날엔 매주 새로 나온 앞 머리들은 염색당했다. 전체 염색은 한 달에 1번. 이제는 매주 하는 것은 생략을 한다. 1달에 1번 전설 주도로 염색을 한다. 요새는 정신이 또 또록해지셔서 염색을 요구한다.
염색을 요구한다는 것은 정여사의 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염색에 심드렁 해지면 이제 살 마음이 없어진 것이라고 그녀의 철학을 피력해 왔으니 말이다.
오늘도 추석 맞이 염색을 하겠다는 그녀.
.. 염색할 때가 되었네.
.. 흰머리 칼. 반짝반짝 너무 이쁩니다. 이제 백발 하자 정여사 님.
.. 싫다.
.. 아니, 딸이 이렇게 원하는 걸 못 해 줍니까? 너무 이쁘겠는데, 백발 합시다.
.. 싫다. 흰머리 싫다.
.. 아니, 딸이 이렇게 원하는데 안됩니까?
.. 아니, 본인 의견이 중요하지 딸 의견이 왜 중요하냐? 너는 내가 원하는 데 안 되냐. 더구나 본인인 내가 원하는데...
역시 오늘도 논리로 밀리는구나. 딸이 원한다면 의견을 좀 접을지도 모른다는 궁금함과, 그녀의 정신이 아직 살아 있는 지를 보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 보았지만 오늘도 보기 좋게 패배한다.
정여사는 일관성이 있다. 매사에 당사자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한다. 배우자 선택에도 그랬다. 결혼 대상을 택도 없는 대상을 데려와도 본인이 원한다면 존중한다고 늘 그래 왔다. 내가 살 사람이 아니고 네가 함께 살 사람인데 엄마가 왜? 그러니 잘 골라와!!!
그런 정여사가 본인이 염색을 원하신단다. 아직은 백발을 허용 하시진 않겠단다. 아!!! 예!!! 이제 88세일뿐인걸요. 대령하겠습니다. 염색 도구를 챙기는 아침.
확실히 염색은 10년을 되돌린다. 78세가 된 정여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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